서양 건축이론의 원전을 번역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베를라헤의 저서에 관해서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대 건축이론의 첫 고전일 뿐만 아니라, 그의 사유가 현대의 삶에서 새로운 건축을 위한 창작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은 건축을 공간으로부터 시작하는 이론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고전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한국 건축 교육에서 베를라헤를 논의하는 곳은 의심의 여지 없이 서양 건축 역사를 강의하는 곳이다. 원전이 이차 문헌으로 대체되고 원상은 사진으로 재현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원전의 직접 체험에 대한 욕구는 적지 않다. 베를라헤의 가치를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이론을 재인식하고 교육현장에 직접 반영하고 있는 교육자들은 누구보다도 베를라헤 건축학교에서 수학한 사람들인데 그 수가 적지 않으며, 베를라헤라는 이름의 아우라와 여전히 그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렇게 현실의 요구는 크지만, 정작 베를라헤의 생각을 직접 확인할 번역서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 국내 최초의 번역으로 나오게 되었다.
베를라헤의 『건축예술과 양식』은 현대건축을 위한 중요한 유산이다. 건축이 단지 구축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유가 선행하고 이를 기술의 수단으로 실천한다는 믿음을 기록하는 것은 비트루비우스, 알베르티, 팔라디오 등 고대로부터 온 전통이다. 여기에서 건축가 베를라헤는 무엇보다도 기하학의 지식이 있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실제 재료를 다루고 그 구조의 역학을 이해하는 실천적 지혜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건축의 실무’에서는 기하학적 질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고, ‘건축의 교육’에서는 인문이 먼저인지, 사실이 먼저인지 하는 사태의 선행도 충분하게 문제 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자의 지식에 대한 필요성을 질문하지 않거나 꺼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대안은 건축의 사유를 실천하고 훈련하도록 학제화해야 하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