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시리즈 첫 권. 재미있고 새로운 온갖 정보를 인터넷으로 접하는 십 대들에게 고전문학을 읽는 즐거움, 각 작품이 갖는 의미와 매력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홍길동전》은 고전을 공부하는 소설가 설흔이 풀어썼다. 고전의 멋을 오늘의 언어와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단문들로 살리고 부가 설명을 최소화해, 청소년들이 쉽게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여러 판본을 한데 녹이지 않아 원전의 본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는 성격이 강하고 화려한 묘사가 특징인 완판 36장본과 경판 중 《홍길동전》의 전체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난 30장본을 나란히 실어, 인기 있는 고전소설이 어떻게 변주되는지 알려 준다. 완판 36장본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길동의 슬픔, 구름과 비를 부리는 신묘한 도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조선 팔도를 쥐락펴락하는 길동의 활약을 재현한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함께한다.
부조리한 세상 앞에 눈물짓던 열한 살 길동
차별받던 사람들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다
신분과 가난의 벽을 부수고
더 나은 세계를 펼쳐 보인
품위 있는 영웅의 탄생!
전국국어교사모임·경기도중등독서교육연구회 소속 국어 교사의 해설은 《홍길동전》이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를 실현하는 ‘사이다’ 그 이상의 작품임을 보여 준다. 구조적 차별 앞에 좌절했던 길동이 조선 사회에 복수하지 않고, 뛰어난 힘으로 타자들이 존중받는 새로운 세계를 만든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품위 있는 영웅의 모습 속에서, 독자는 《홍길동전》의 가치가 누군가를 배척하는 납작한 기준을 의심하게 하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절이 태평해 풍년이 이어졌고 나라와 백성이 편안해 사방에 일이 없었다’는 고전소설의 익숙한 문장을 ‘신분에 상관없이 존재를 인정받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의 도래’로 읽어 내게 된다. 사회의 발전이란 기득권의 삶이 나아질 때가 아니라, 없는 존재로 간주되고 배제되었던 이들이 드러날 때 이루어진다고 말하게 된다.
길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