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크로키 같다
연필을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없던 게 생기기도 하고 있던 게 없어지기도 하는 크로키처럼,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고딩 시절을 보내게 될 줄 알았던 윤아진의 인생은 생일날 송두리째 흔들린다.
윤아정과 윤아진의 생일은 토요일이었다. 쌍둥이 언니 윤아정이 캠프에 갔다가 일요일에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윤아진은 토요일에 생일 파티를 하고 싶었다. 언니가 싫어해서 그동안 못 먹었던 딸기케이크도 먹고 싶었다. 그게 뭐가 문제였을까?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그날 사고가 일어났다. 그날 이후, 아무렇지 않게 했던 말들, 웃고 노래하고 떠들었던 순간의 기억은 윤아진 인생을 뒤흔들고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큰 힘이 되는 말
일란성 쌍둥이라 똑같은 얼굴을 빼고는 성격, 취향 모든 것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뭐든 잘하는 모범생 언니는 까칠하고 재수 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런 언니가 갑자기 떠난 뒤, 아진이는 언니 윤아정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엄마 몰래 언니가 화실에 다녔다는 걸 알고 처음으로 언니가 궁금해진다. 아진이는 윤아정인 척, 화실 ‘토요일, 그리다’에 나가기 시작한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리면서 아진이는 그곳에 서서히 물들어 간다.
“저녁은 먹었어?”
“네.”
“기분은 나아졌고?”
“네.”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웃었으니까 이제 됐다. 그치?” - 131쪽
집과 학교,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숨 쉬기 힘들었던 아진이는 화실 사람들의 사소한 장난과 시답지 않은 농담을 보고 들으며 조금씩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곳에서 아진이는 마음속 슬픔과 고통을 다독여 주는 건 대단한 뭔가가 아니라 사소하고도 따뜻한 일상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