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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그 애 집은 어디일까 -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2
저자 최양선
출판사 낮은산
출판일 2021-12-10
정가 10,000원
ISBN 979115525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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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지 못하는,
아파트 단지에 존재하는 이야기들

경우랑 늘 함께였던 공터에 혼자 갔던 어느 날 밤, 소이는 그곳에서 낯선 남자아이를 만난다. 그 애와 소이는 인사를 하고, 어색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애는 소이가 몰랐던 아파트 단지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소이가 본 적 없는 하얀 고양이, 벽에 간지러운 낙서를 남긴 연인들, 헌 옷 수거함에서 옷을 가져다 리폼해 입는 오빠, 그리고 밤이면 앞뜰에 물건을 가져다 묻는 할머니까지……. 오래 된 아파트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살아 있다.
아파트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흔하고 익숙한 공간이지만, 그 커다랗고 높은 건물 칸칸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건 종종 잊어버린다.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비롯해 다른 생명들도 살고 있다는 것은 더 자주 잊어버린다. 낯선 아이는 그곳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고양이에 대해 알려 준다.

아파트가 철거되면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파트 철거하기 전에 고양이들도 떠나야 할 텐데.”
그 애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고양이들은 자기들이 살던 곳을 벗어나지 않아.” - 56쪽

마지막으로 소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그 애가 궁금하지만, 소이는 그 애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쓸쓸한 시간을 함께해 준 그 애는 누구일까. 그 애 집은 어디일까.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아파트는 누군가 태어나고 자라고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이 깃든 공간이다. ‘그 애’를 만나 함께한 시간은 소이에게 ‘아파트’가 단지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수많은 추억이 숨 쉬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곳은 누군가 애쓰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다는 걸,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게 떠나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