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머리말
1장 그는 왜 갑자기 떠났을까?
2장 방랑은 병이다
3장 아름다운 시절이 낳은 광기
4장 그 병은 정말 실재했을까?
서플먼트1 알베르를 괴롭힌 것은 무엇이었을까?
서플먼트2 유랑하는 유대인
서플먼트3 독일의 ‘방랑벽’
기록1 알베르의 이야기 (1872년~1886년 5월(5월
기록2 알베르 관찰일지 (1886년 6월~1887년 2월(2월
기록3 꿈 (1887년 5월~1889년 9월(9월
기록4 병인적 꿈 (1892년(1892년
기록5 실험 (1888년, 1893년(1893년
기록6 에필로그 (1907년(1907년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그는 왜 미친 듯이 계속 걸었는가?
영원한 것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가던
‘아름다운 시절’ 프랑스, 미스터리한 세기말 유행병
1886년 프랑스 보르도의 정신병원에 한 남자가 제 발로 찾아온다. 알베르 다다(Albert Dadas, 1860~1907라는 이름의, 평소 성실하고 수줍음 많던 가스정비공에게는 남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는 12살 때부터 갑작스레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는 경험을 반복했다.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을 떠나려는 욕구에 사로잡히면 그는 가족도 직장도 버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 채 엄청난 속도로 무작정 걸어갔고, 낯선 곳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나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예기치 않은 여행은 점점 길어져 보르도를 넘어 파리와 마르세유, 벨기에와 독일, 오스트리아까지 이어졌고, 급기야 군대에서 탈영해 알제리와 러시아, 터키까지 다녀왔다. 때로 기차와 배를 타기도 했지만 주로 걸어다녔고, 시속 12킬로미터(일반인의 걷기 평균속력은 시속 4~5킬로미터 정도다 속력으로 하루 70킬로미터를 걸을 때도 있었다.
놀랍게도, 젊은 담당 의사 필리프 티씨에(Philippe Tissie, 1852~1935가 최면을 걸자 알베르는 잊고 있던 몇 주 전, 몇 년 전 여행 때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다 기억해냈다. 티씨에는 1887년 〈미치광이 여행자〉라는 낭만적인 제목의 박사논문에서 이 새로운 정신질환을 학계에 처음 보고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후 비슷한 사례들이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에서 잇달아 보고되기 시작했다. 당시 정신의학계는 미치광이 여행자의 병인(病因을 둘러싸고 일대 논쟁을 벌였고, 치열한 논쟁은 다시 이 진단의 유행을 부채질했다. 이 둔주가 세기말의 유행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정신의학계의 양대 미스터리였던 간질과 히스테리아를 둘러싼 논쟁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더 놀랍게도, 1909년 낭트에서 열린 정신의학 총회를 끝으로 이 특이한 정신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