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외로움은 사라지고
‘외로움’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작가 ‘야엘 프랑켈’은 이번 그림책에서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을 선택했다. 독자는 의도적으로 길게 좁게 만들어진 판형을 통해, 엘리베이터 속으로 직접 들어가 작가의 이야기를 만난다. 강아지를 데리고 탄 아이와 케이크를 들고 탄 폴라 아주머니, 쌍둥이를 데리고 산책 나온 코라 아주머니, 그리고 이 건물에서 가장 나이 많은 미겔 할아버지까지. 엘리베이터는 이들을 태운 채 1층으로 내려가다가 갑자기 멈추고 마는데…. 어색한 이웃들은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까?
작가 야엘 프랑켈은 등장인물들을 ‘누구도 원치 않는 공간’에 모아 놓고 신나게 이야기를 펼친다. 쌍둥이가 울자 폴라 아주머니는 자신의 케이크를 나누어 주고, 미겔 할아버지는 곰으로 변신해 ‘속마음과는 반대로 말하는 곰에 관한 이야기’인 ‘아무렴 어때?’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미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푹 빠진 쌍둥이는 울음을 그치고, 함께 귀 기울이던 이웃들도 이야기 속 깊은 숲과 곰이 사는 방을 오가며 여행을 하는데…. 이제 이들에게 엘리베이터는 더는 어색하고 외로운 공간이 아니다. 반가운 이웃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외로움이 사라지는 곳이다.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수리되어 움직이자, 미겔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든 말든, 아무렴 어때?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냈는걸.”
이 책은 작은 공간에서 벌어진 일상적인 만남과 소소한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위트 있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여행을 통해 달라진다.
비록 엘리베이터 속 짧은 여행일지라도.
야엘 프랑켈은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함께 보낸 짧은 시간을 여행으로 비유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으로 멈춘 사십 분 동안 이들은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음식과 이야기와 정을 나눈다. 곰곰 생각해보면, 이는 우리가 여행에서 얻는 경험과 매우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