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초록이 있을까?
여러 가지 색 중에서 초록하면 떠오르는 상징은 성장과 희망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초록을 기다린다. 꽃샘추위에 손끝이 시릴지라도 나무에 돋아난 초록 잎이나 땅에서 움 솟는 초록 순을 만나면 머지않아 봄이 온다는 걸 느낀다. 아기 손만큼 앙증맞은 새순은 보드랍고 투명한 초록빛이다. 하지만 봄이 깊어지면 초록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해지고 짙어진다. 햇빛을 피해 초록 그늘로 숨어들고 싶을 무렵이면 초록은 무성하고 검푸르러진다.
나뭇잎의 초록도 이처럼 계절이 변하며 조금씩 짙어지고 깊어지지만 초록은 식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아니다. 눈을 돌려보면 여기저기서 초록을 만날 수 있고 자연 모든 것에 초록이 깃들어 있다. 반으로 자른 라임 열매에는 싱그러운 초록이 담겨 있고, 반딧불이는 눈부시게 밝은 초록으로 반짝이며, 녹두 껍질은 누런 초록빛을 띠고 있다.
초록을 통해 생명의 경이를 노래하는 그림책
유아는 만 2세 전까지는 색채보다는 형태를 민감하게 여기지만, 만 3세가 넘으면 색에 관심을 갖고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색을 구분할 수 있다. 만 5세가 넘으면 상황에 맞는 다양한 색을 구분할 수 있는데, 하늘은 무조건 파란색이 아니라 날씨가 맑은 날은 청명한 파란색이고, 비가 오는 날은 회색빛 흐린 파란색이라는 걸 구분하고 말할 수 있다.
어린이들의 인지발달에 맞추어 지금껏 소개된 색깔 그림책들은 주로 빨주노초파남보 색깔을 구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만 3세가 되면 주변에서 만나는 색깔을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초록일지라도 상황이나 기분 혹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초록빛을 띤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은 초록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생명이 탄생하고 번성하고 소멸하며 다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는 순환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