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오! 먼 길에 지친 말이여!
- 울분과 저항, 투옥의 나날들(1904~1931
음모가 서린 바다
위태한 섬 위에 빛난 별 하나
한 토막 꿈조차 못 꾸고 다시 동굴로
바람에 씻은 듯 다시 명상하는 눈동자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광야를 울리는 불 맞은 사자의 신음인가
오! 구름을 헤치려는 말이여!
다른 하늘을 얻어 이슬 젖은 별빛에 가꾸련다
2부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 폭력에 맞서는 양심의 노래(1932~1944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내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 정크와 같아
어느 때나 외로운 넋이었거니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 건너갔소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항상 앓는 나의 숨결이 오늘은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글쓴이의 말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보는 이육사 연보
익어 가는 청포도처럼 푸르게 살다 간
한 젊은이의 싱그러운 꿈. 그리고 그의 일대기…….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나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이육사는 어째서 그 모진 고문을 몇 차례나 치르면서도 평생 독립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칠월의 청포도》는 이육사가 걸어갔던 독립운동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담담하고 섬세하게 보여 줍니다. 독자로 하여금 "만약 나였다면 이육사처럼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게 만들기도 하고, "나였어도 이렇게 고뇌했을 것"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게도 만드는 작품이지요. 그만큼 이 작품은 이육사의 영웅적 면모보다는 내면의 섬세한 풍경에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그가 어째서 아나키즘과 같은 사상에 심취하였는지, 독립운동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마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육사가 된 것 같은 환상에 빠져 시인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음속 깊이 터져 오르는 희망과 만나게 되지요.
이육사는 늘 익어 가는 청포도처럼 푸른 희망을 품고 살았습니다. 언젠가는 이루어 낼 독립이라는 꿈, 그 무한한 자유와 희망의 세상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그 푸른 희망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꿈을 향해 타오르게 만들었지요. 《칠월의 청포도》는 그 푸르른 삶의 과정을 독자가 충분히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 맡을 수 있을 만큼 싱그럽게 그렸습니다. 또한 사진 자료와 연보를 통해 젊은 시인이 처했던 시대의 분위기와 역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왜 이육사를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까?
이 책 《칠월의 청포도》가 굳이, 지금에 와서, 저항 시인 이육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단지 반일의 중요성이나 애국심 같은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왜 우리는 이육사의 삶에 지금 주목해야만 할까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지금 우리는 꿈을 꾸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노력하면 내 삶이 바뀔 거라는 희망이나, 모두가 힘을 합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