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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공간을 탐하다 : 도시에 담긴 사람ㆍ시간ㆍ일상ㆍ자연의 풍경
저자 임형남,노은주
출판사 인물과사상
출판일 2021-12-13
정가 17,000원
ISBN 9788959066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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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6

제1장 사람을 담다 : 도시의 공간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서울역
일상에서 여행으로 · 17
풍경 속으로 빠져들다 · 21
근대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다 · 26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 헌법재판소
민원, 천재지변보다 무서운 재난 · 30
목소리 큰 자가 이익을 보는 세상 · 34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 · 39

사람이 모이고 사람을 담다 : 광화문광장
하고픈 말을 품고 광장으로 나가다 · 44
자율성만으로 채워지는 사람들의 마당 · 48
무엇이 광장을 만드는가? · 52

싸우고 절충하고 타협하다 : 국회의사당
필리버스터로 진실을 알리다 · 57
민의를 대변하고 권위를 세우다 · 61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비효율적인 것이다 · 66

자본주의의 첨병에 서다 : 캠퍼스
지성의 열매를 구하는 들판 · 71
낭만이 사라진 캠퍼스 · 75
연대감과 자부심의 공간 · 80

제2장 시간을 담다 : 기억의 공간

전쟁의 기억을 간직하다 : 철원 노동당사
덕후와 서태지 · 87
모든 것은 모든 것에 맞닿아 있다 · 91
갈라진 세계와 끊어진 기억을 잇는 시간의 터널 · 95

역사의 비극을 기억하다 : 덕수궁 정관헌
참혹한 역사의 기억 · 100
몰락해가는 조선의 자존심을 지키다 · 104
정동에 남겨진 시간들 · 107

탐욕 위에 희망을 세우다 :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우리의 미래는 어디인가? · 113
나는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보았다 · 117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 · 121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만나다 : 산 카탈도 공동묘지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 · 125
기억과 시간 속에서 길을 잃다 · 129
기억은 재구성된다 · 133

원초적인 공간과 만나다 : 발스 온천
아직도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 138
좌절하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반항하라 · 142
실존적인 나와 만나는 어떤 순간 ·
도시, 사람을 담다

서울역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후에도 서울의 관문 역할을 오랫동안 하면서 많은 사람의 흥망성쇠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기차를 통해 거리를 극복했고 시간을 극복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기차는 인류를 근대로 옮겨준 교통수단이었다. 그 많은 기차역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존재는 서울역이다. 많은 해후와 이별이 이루어지며, 기회를 얻기 위해 분주히 서울로 올라오는 많은 사람이 꼭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 기차역은 사람들을 실어나를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도 실어나른다.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 등 많은 민자 역사에는 백화점, 극장, 푸드 몰 등 사람들이 모여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서울역도 2004년 새로운 민자 역사가 신축되면서 구(舊 역사는 폐쇄되었다가, 2011년 원형 복원 공사를 마친 후 사적번호 284에서 따온 ‘문화역서울284’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던 찬란하고 서글펐던 한 시대의 기억이, 다시 문화라는 이름의 플랫폼이 되어 우리를 머물게 한다.
광장은 정치적인 장소이며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구의 민주주의는 광장에서 싹을 틔웠으며 자라났다.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편을 나누고 결정을 하는 시끄럽고 복잡한 과정이 민주주의의 전통이 되었다. 하지만 서구에서 들어온 원래의 개념, 즉 광장이라는 넓고 시끄럽고 민주적인 공간이 우리에게 맞는 곳으로 거듭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리 우리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 앞에서 마음껏 놀아보라고 해도, 마음이 가지 않으면 그 공간은 죽은 공간이다. 그냥 허울만 좋은 광장일 수밖에 없다. 광장은 울타리 안으로 모여드는 공간이 아니라 경계 없이 밖으로 한없이 뻗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미선이와 효순이를 추모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될 때, 광우병 파동 때,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에 사람들은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집에서 걸어 나와 죽어 있는 광화문광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