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밤 우리는 밖에 나가서 달렸어요”
: 머릿속에 떠올리자마자 발아래로 펼쳐지는 아이들의 세계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이웃집 사이로 TV 소리만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밤. 어둑한 아파트 계단참에 두 아이가 앉아 있다.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 아이가 말한다. “우리는 오늘 밤 밖에 나가서 달렸어요.”
뒤이어 그림책은 두 아이를 따라 온갖 장소들을 달려간다. 아이슬란드를 거쳐 그린란드로, 삐삐의 집을 넘어 무민의 골짜기로, 레고랜드를 지나 해와 달이 사는 우주로. 가까운 곳, 먼 곳, 가 본 곳, 가 보고 싶은 곳,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 상상만으로 짜릿한 곳, 생각만 해도 으스스한 곳. 아이들이 떠올리는 순간, 이 모든 세계가 그들의 발아래로 펼쳐진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모든 세계를 힘차게 ‘달린다’.
● “우리는 다시 달려 나갔어요. 그냥 막 달리고 싶었어요”
: 함께할 친구만 있다면 그 어떤 곳이라도 내달릴 수 있는 아이들
두 아이는 달리고 또 달린다. 그 어떤 것도 둘의 시선을 붙들어 놓지 못하고 둘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한다. 아이들은 어디서든 걷는 법이 없다. 달리고 높이 뛰어오르고 내리막길을 내달린다. 그런데도 목이 조금 마를 뿐, 다리는 여전히 가볍고 발바닥도 멀쩡하다. 둘은 다시 밖으로 달려 나가 지구를 세 바퀴나 더 돌아본다.
오늘 밤, 두 아이는 실제로 어디까지 달리고 왔을까? 이들이 말하는 대로, 정말로 우주 밖까지 돌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지구를 세 바퀴 더 돌았을지도 모른다. 실은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상상의 세계를 제멋대로 펼쳐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마저도 하지 않고, 계단에 나란히 앉은 채로 이 모든 이야기를 머릿속으로만 그려 봤을지도 모른다. 아무렴 어떤가. 오늘 밤 두 아이는 현실 안팎의 세상을 ‘함께’ 불러냈다. 각자의 기억 속에 간직돼 있던 온갖 장소들이 하나로 얽히면서 뒤죽박죽 신나는 세계가 둘 앞에 열렸다. 두 아이는 그 세계 속으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