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하고 고요한 애정,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돌아오는 놀라운 경험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동물원에서 일하면서 그곳의 동물들을 알뜰살뜰하게 보살펴 온 아모스 할아버지가 몸이 좋지 않아 출근하지 못하게 되자, 이를 알게 된 동물들이 아모스 할아버지의 집으로 가 그를 보살펴 주는 이야기다. 하지만 짧은 문장들로 이 작품에 담긴 진중한 시선과 함의를 표현하기는 어렵다.
아모스 할아버지에게 동물들은 친구다. 그렇기에 그는 동물들을 시혜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동물들 하나하나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서워하는지, 또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서 그에 맞는 방법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오래 생각하고 행동하는 코끼리에겐 섣불리 재촉하지 않고, 재채기를 달고 사는 코뿔소를 위해 늘 손수건을 챙겨 다니고, 어둠을 무서워하는 부엉이를 위해 가만가만 이야기책을 읽어 주는 마음. 아모스 할아버지가 보여 주는 이 애정의 미덕은 단순함에 있다. 자신이 얻을 이익, 자신이 볼 손해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기에 잘해 주는 것’이다.
더욱이 인상적인 것은 아픈 아모스 할아버지를 찾아온 동물 친구들이 아모스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애정과 마음을 동일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이 주었던 애정이 그대로 돌아오는 놀라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픈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내가 다른 이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알고,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 필립의 온화한 문장, 에린의 우아한 삽화로 담아낸 유대와 우정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은 필립과 에린이 함께 만든 첫 그림책이다. 필립에게는 두 번째 작품, 에린에게는 데뷔작이었다. 출간 당시, 이토록 위대한 작품을 만든 작가들이 이제 막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인이라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라기도 했다.
필립의 유연하면서도 따스한 문장은 주인공 아모스 할아버지를 닮았다. 눈에 띄는 개성이나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아우르며 이야기에 아늑함과 포근함을 조성한다. 에린은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