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대상, 어둠에 대한 유쾌한 반전!
“어둠이 무섭다고?
어둠은 네가 무섭게 생겼다고 생각해.”
어린 시절엔 누구나 어둠을 두려워한다. 잠자리에 들며 불을 끄지 못하게 하거나, 화장실에서 문 닫는 걸 두려워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놓이면 두려워지는 건 당연하다.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이 밀려들고 온갖 무서운 상상을 하다 보면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아이들이 이러한 상상 속에서 실체 없는 두려움에 떨 때, 함께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어둠은 빛을 피해 하루 종일 속옷 서랍장 속에 숨어 지내다 해가 지고 나서야 겨우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밤이라 친구를 사귈 수도, 나무에 오를 수도, 항해를 할 수도 없다. 집 안의 모든 불이 꺼져야만 집에 들어올 수 있고, 생일에는 검은 숲 케이크를 먹지만 촛불이 무서워 절대로 켜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를 무섭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상상의 세계를 확장한다.
“어둠에게도 머리카락이
있다는 건 몰랐지?
검은색은 아니고
짙은 갈색에 더 가까워.
머리 모양은 아주 엉망이야.
컴컴한 곳에서 자르니까 그렇지.”
이렇게 생각하면 어둠이 무섭기는커녕 꽤나 안쓰러워진다. 게다가 작가는 이렇게 덧붙인다.
“어둠은 아이들이 자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생각해 봐. 다들 밝은 대낮을 그리지
어둠을 그린 적 있어?
까만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되는데도 말이야.”
이쯤 되면 정말이지 어둠의 외로운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제 어둠은 더 이상 무서운 무언가가 아니라 함께 지내야 할 친구이며 더없이 고마운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나면, 잠자리에 들어 불을 끄면서 “어둠아, 잘 있어. 나는 잘게.” 하고 인사하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옮긴 김지은 평론가는 말한다. “잠자리에 누워 바라보는 천장이 높고 멀게만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겁 많은 어둠을 격려할 줄 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