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9년 전에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는 만큼 자책감과 불만에 싸여 살아온 다리오! 아빠는 왜 가족을 떠났을까? 아들인 다리오가 아빠를 실망시켰나? 아니면 엄마가 아빠한테 잘하지 못했나? 사춘기 반항기에 접어든 다리오는 아빠와 함께했던 옛 추억에 잠긴다. 기억 속의 아빠는 늘 강인하고 다리오를 격려해 준 반면, 다리오와 함께 살아온 엄마는 귀찮기만 한 존재이다.
다리오는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 행동을 했다며 다리오에게 내려진 벌은 ‘중증 장애인 돌보기’였다. 그렇게 다리오는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앤디를 만났다. 앤디는 혼자서는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고, 말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없으며, 다만 눈알만 굴릴 줄 알았다.
앤디에게는 이미 ‘엘리사’라는 돌보미가 있었는데, 다리오가 보기에 그녀는 한 마디로 자격 미달이었다. 앤디를 그저 인형처럼 다루며 앤디와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다리오는 늘 침을 흘리고 셀러리처럼 축 늘어진 앤디를 돌보는 일보다 엘리사가 앤디를 대하는 방식이 더 참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햇볕을 쬐던 앤디가 별안간 ‘트양’ 비슷한 소리를 낸다. 다리오는 앤디가 태양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을 깨달았다. 유리창을 통과한 햇볕이 아닌 진짜 햇볕을 쬐게 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엘리사가 불같이 화를 냈지만 다리오는 앤디를 데리고 공원으로 향했다. 상쾌한 바람을 쐬게 하고, 분수대에서 튄 물방울이 얼굴에 흩뿌려지는 느낌도 맛보게 해 주었다.
사실 이 작은 일탈은 마리화나 덕분이라고 할까. 다리오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몰래 마리화나를 피웠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대담한 행동을 하거나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깨어날 때면 지독한 어지럼증과 마주해야 했다.
마리화나 기운에 엉겁결에 기차에 올라탄 둘은 한 바닷가 역에서 내린다. 그곳은 다리오와 아빠가 함께했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다리오는 앤디가 바닷바람을 쐴 수 있게 티셔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