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되비쳐주는 거울, 친구
학교에서는 언제나 모범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훈이가 현태 앞에서만큼은 공부하느라 힘들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현태는 마치 형이라도 된 것처럼 지훈이의 말을 묵묵히 들어준다. 자기 편할 때만 왔다 가는 지훈이가 조금 야속하긴 하지만 뭐 어떠랴, 함께 있는 시간이 좋다면야.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현태가 지훈이와 함께 있는 동안 자기 자신에게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기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태는 인생에 대해 냉소적인 엄마, 오래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 아빠 대신 엄마와 자신을 지켜봐주는 관장님에 대해 생각하고, 비록 울컥해서이긴 하지만 아빠의 죽음에 대한 아픈 비밀을 지훈이에게 털어놓기까지 한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현태와 지훈이가 함께 보낸 시간은 모두 합쳐도 며칠 되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그 기간 동안 둘은 진짜 친구가 되었다. 진짜 친구란 나를 되비쳐 주는 거울 같은 것이니까. 그래서 지훈이 엄마의 개입으로 둘 사이의 만남이 돌연 끝났을 때, 현태가 잃은 것은 단순한 친구 이상이었다. 현태는 다시 말없는 외톨이로 돌아가 버린다.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 등장하는 이 작품 속에서 각각의 시간은 씨실과 날실로 엮여 현태와 지훈이 사이를 촘촘히 이어 주지만 결코 하나로 묶어 주지는 못한다. 가출한 지훈이와 만나 기뻐하기도 잠깐, 현태는 동네 건달들에게 죽도록 얻어맞아 병원에 실려가고, 지훈이는 다시 엄마에게 이끌려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못하는 가운데 둘 사이는 또다시 끝나 버린 듯하다. 하지만 과연 끝일까? 둘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기억과 나중에 함께 여행을 가자는 약속이 남지 않았나. 그러니까 이건 잠시 미완성인 채로 남겨두는 것뿐이다. 무릇 모든 인간관계란 미완성이어야 할 테니.
죽지 마! 알았어, 자식아!
전작『중학생 여러분』에서 평범한 중학생 아이들의 일상적이고도 사실적인 생활을 유쾌한 톤으로 그려 보인 작가 이상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