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페미니즘 고전을 생각하다
PART 1: 여성은 인간이다
1장 이성에는 여남 없다―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권의 옹호』
2장 여성해방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존?스튜어트?밀의 『여성의 종속』
PART 2: 만들어진 여성을 부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다
3장 ‘여성’이라는 계급과 급진적 여성해방―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4장 가부장제가 만든 신화의 허울을 벗겨내다―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
PART 3: 가부장제의 숨은 전제를 들추다
5장 젠더?재생산의?핵심으로서?모성의?재생산―낸시 초도로우의 『모성의 재생산』
6장 강제적 이성애와 사랑의 가능성―에이드리언 리치의 ??피, 빵, 시』
PART 4: 페미니즘,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다
7장 가사노동과 자본의 착취―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의 「여성과 공동체의 전복」
8장 자연 착취와 여성 착취는 동일선상에 있다―반다나 시바?마리아 미즈의 『에코페미니즘』
PART 5: 페미니즘의 영역을 확장하다
9장 여성 억압과 섹슈얼리티의 관계―게일 루빈의 『일탈』
10장 ‘젠더/섹스’ 이분법의 불안정에서 찾아낸 가능성―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PART 6: 차이와 감정으로 정의를 설명하다
11장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다―아이리스 매리언 영의 『차이의 정치와 정의』
12장 취약하면서 압도적인 감정에 관하여―마사 누스바움의 『혐오와 수치심』
시간의 흐름을 바꾼 12권의 페미니즘 고전을
‘지금 여기’ 한국 페미니즘의 지평에서 다시 읽는다
페미니즘 고전이란 무엇인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가 지닌 어원적 의미 그대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저작으로 이해하면 그만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여지없이 비난받고 외면당했던 책들, 그래서 잊힌 채로 봉인되었다가 해방을 향한 여성들의 지난한 몸부림 속에서 되살아난 책들―페미니즘 고전의 운명은 예외 없이 반전의 순간 속에서 소생했고, 그것이 지닌 가치와 의미 역시 ‘지금 여기’의 현장(location에서만 증명되어 왔다.
우리는 어떤 페미니즘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인가 하는 초라한 관심 따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책이 페미니즘 고전으로 다시 조명되는 순간은, 우리가 현실의 벽 앞에서 간절히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순간과 겹친다. 그러므로 페미니즘 고전 읽기는 언제나 똑같이 읽어 왔던 동질적인 텍스트 읽기에서 벗어나, 시대의 요청과 얽히면서 그 텍스트들이 함축하고 있는 ‘다름’을 발견해 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 책의 목적은 공인된 페미니즘을 전적으로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다르게 읽기를 제안하는 데 있다.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2016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공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그날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다. 3만 5천여 장이 넘는 포스트잇에는 거리와 직장, 집, 화장실, 학교 등 여성들이 삶을 영위하는 거의 모든 곳이 ‘강남역’에 다름 아님을 고발하는 외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날 이후, 오랜 시간 침묵하던 여성들은 각자 자신의 목소리로 이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혐오와 폭력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2018년 1월 29일의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고발, 문화예술계의 성폭행 폭로와 이어지는 ‘미투(#Me Too 운동’,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업무상 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