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
서장
두 개의 전후/전후 민주주의의 언어/언설과 심정에 대해
1부
1장 윤리의 초토화 전쟁과 사회 상황
분파주의와 무책임/군수 공장의 실태/조직 생활과 통제 경제/지식인들/학도병의 경험/전후의 시작
2장 총력전과 민주주의 마루야마 마사오, 오쓰카 히사오
애국으로서의 민주주의/근대에 대한 재평가/국민주의의 사상/초국가주의와 국민주의/근대적 인간 유형의 창출/대중에의 혐오/굴욕의 기억
3장 충성과 반역 패전 직후의 천황제
전쟁 책임의 추궁/어느 소년병의 천황관/천황 퇴위론의 대두/공산당의 애국/주체성과 천황제/무사도와 천황의 해방/천황 퇴위와 헌법/퇴위론의 종식
4장 헌법 애국주의 제9조와 내셔널리즘
내셔널리즘으로서의 평화/환영받은 제9조/순응으로서의 평화주의/공산당의 반대론/국제 공헌의 문제
5장 좌익의 ‘민족’, 보수의 ‘개인’ 공산당·보수계 지식인
회한과 공산당/공산당의 애국론/전쟁과 리버럴리스트/올드 리버럴리스트/개인을 내세우는 보수/세대의 차이
6장 민족과 시민 정치와 문학 논쟁
개인주의의 주장/전쟁 체험과 이기주의/근대의 재평가/공산당의 근대주의 비판/고바야시 히데오와 후쿠다 쓰네아리/시민과 난민
2부
7장 가난과 단일 민족 1950년대의 내셔널리즘
격차와 내셔널리즘/아시아의 재평가/반미 내셔널리즘/공산당의 민족주의/1955년의 전환/사의 변용/사랑하는 조국의 의미
8장 국민적 역사학 운동 이시모다 쇼, 이노우에 기요시, 아미노 요시히코 외
고립에서 탈출하기/전후 역사학의 출발/계몽에서 민족으로/민족주의의 고조/역사학의 혁명/운동의 종언
9장 전후 교육과 민족 교육학자·일교조
전후 교육의 출발/전후 좌파의 신교육 비판/아시아를 향한 시각/공통어 보급과 민족주의/애국심의 연속/정체기의 도래
10장 피로 물든 민족주의의 기억 다케우치 요시미
정치와 문학의 관계/저항으로서의 12월 8일/전장의 악몽/두 개의 근대/국민 문학의 운명
11장 자주독립과 비무장 중립 강화 문제에서 55년 체제까지
전쟁의 언어가 전후의 일본을, 오늘의 일본을 만들었다
이 책의 표지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군중 앞에서 한 신사가 사뭇 자연스럽게 모자를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있다. 누가 저 많은 사람을 모았으며, 저 사람은 누구이기에 저렇게 자랑스레 무수한 군중 앞에 서 있는가. 바로 1947년 12월 7일,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도시 히로시마를 방문한 히로히토와 그를 환영하는 일본인들이다. 패전 후에도, 일본인들은 여전히 천황의 신민이었다. 현대 일본과 전쟁이라는 ‘체제’가 얼마나 깊이 결합했는지 가장 잘 보여 주는 역사적 장면 중 하나다. 전후에도 전시의 일본은 남아 있었다.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일본 사회의 모순에 침묵하지 않는 지식인인 오구마 에이지는 이미 몇 권의 책으로 한국 독자들을 만났지만, 현지에서 공히 인정받는 그의 주저가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구마 에이지는 마루야마 마사오와 쓰루미 슌스케를 비롯한 사상가들부터 조종사 사카이 사부로 같은 과거의 일본군 병사들과 평범한 학생 이시카와 사쓰키까지 전후 일본을 살아간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대작 『민주와 애국』에서 현대 일본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구축해 냈다.
지난 5월 1일 일본에서는 30년 간 재위했던 아키히토가 퇴위하고 나루히토가 새 천황에 즉위하면서 특유의 기년법인 연호(年號도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 즉위식에서 아베 신조 수상은 “(이 자리는 격동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평화롭고, 희망 넘치고, 자부심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결의”라고 밝혔다. “아름다운 평화”를 뜻하는 새 연호 아래서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하면서도,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정당화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행보는 분명 모순적이다.
『민주와 애국』은 사상의 언어를 발판으로 삼아, 일본의 전시 체제가 전후 체제로 재구성된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과정을 세밀하게 파헤쳐 냈다. 이 책에 따르면 자민당과 아베 수상의 정치적 모순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