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에서 독립된 사진의 가능성
작가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처음으로 시도한 연작인 <진자운동실험>은 진자의 운동을 이용하여 다양한 기하학적 패턴을 그려내는 장치인 하모노그래프에 레이저를 부착하여 암실에서 인화지를 직접 노광시켜 만든 사진 작업이다. 이 기계로 만들어진 리사주 곡선은 사람이 작도할 수 없고, 만들어지는 과정에 개입할 수 없는 순수한 수학적 이미지에 가깝다.
<원근법 실험>은 외부 세계를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방법이자 카메라를 구성하는 원리 중 하나인 원근법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사진적 실험들로 구성된다. 특히 사진을 구성하는 장치들에 대한 깊은 경험적 이해를 바탕으로 작가는 사진의 광학적 원근법이 기본적으로 눈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카메라가 자신의 신체의 연장이 될 수 믿었던 전통적인 사진가들의 관념에 도전한다.
<추상사진>은 대상을 찍은 필름 대신 빛에 노출되지 않은 텅 빈 필름을 조합 인화해서 사진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흔히 모호한 대상을 찍은 사진을 ‘추상’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사실은 개념적으로 그리 정밀하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하는데, 렌즈를 통과한 사진은 근본적으로 ‘추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비타협적인 주장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역시 추상이라 할 수는 없으며, 단지 하나의 질문으로서 기능한다고 말한다. <논픽처>는 한발 더 나아가 필름조차 사용하지 않고 아크릴 페인트를 유리판에 분사한 것을 필름 대신 사용해서 전통적인 화이버베이스 인화지를 노광시켜 만든 기계적 이미지다.
재현도 촬영도 없어도 사진은 성립한다: 도래할 미래의 사진에 대한 이론적 탐색
이 네 개의 투철한 연작들은 우리가 ‘사진’이라는 존재에 대해 지닌 모호한 인식과 관념을 차례로 비판한다. 사진의 역사를 단순히 외부 세계를 재현하기 위한 카메라라는 도구가 겪은 일들로 한정할 수는 없으며, 실제로 사진은 구성하고 지탱하는 기술적, 물질적 요소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단하다. 작가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