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생산 자금이 투자 방식으로 조달되면서 등장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자본주의를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여기기 쉽다. 그렇지만 자본주의는 적어도 500년 이상 진화해온 경제체제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지금 여기까지 이르렀는지를 이해하려면 현재를 역사적 맥락에 집어넣어 상대화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역사적 관점에서 쓰였다. 통시적 관점에서 저자는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 관리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로 이어지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흐름과 변천상을 따라간다. 그리고 공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가 한 시대에도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 자본주의의 발산 추세가 수렴 추세를 얼마간 상쇄한다는 것을 적절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시대별 모델은 달라도 모두 한 가지 본질적인 공통점, 즉 이윤을 내기 위한 자본 투자를 포함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은 사실상 모든 경제 활동의 동인이 자본을 투자해 이윤을 얻는 기회라는 것, 그리고 모든 종류의 자산을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 전체가 자본 투자에 의존하며, 거래 자금만이 아니라 생산 자금도 투자를 통해 마련된다. 그리고 시장이 모든 재화를 구하고 모든 경제 활동을 중재하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자본이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돈이다. 더 나아가 자본은 투자 가능한 돈, 또는 투자하기 위해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모든 자산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쓰인다. (… 재산을 자본으로 바꾸려면 그 재산의 소유권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어야 하고, 재산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어야 하고, 재산을 거래할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