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가 왜 불량 감자야?”
일등 감자도, 불량 감자도 아닌 그냥 감자로 살고픈 감자들의 용감무쌍 농장 탈출기
감자 수확이 한창인 어느 농장. 이제 막 캄캄한 흙 속에서 나와 세상 구경이 하고 싶었던 감자아이는 가림막 틈 사이로 아주 잠깐 고개를 내밉니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뀝니다. 마트로 갈 수 있는 일등감자에서 폐기될 불량 감자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싹이 난 감자, 호미에 찍혀 상처 난 감자, 푸르게 변해 버린 감자, 썩은 감자 등등 불량으로 분류된 감자들이 가야 할 곳은 마트가 아닌 쓰레기통입니다. 하지만 감자아이는 그렇게 버려지고 싶지 않았지요. 창고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던 상처 난 감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감자아이와 상처 난 감자는 농장을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과감하게 세상 속으로 뛰어듭니다.
감자아이와 상처 난 감자는 함께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들에게 세상은 낯설지만 무섭지 않았고, 두려웠지만 셀렜습니다. 길 위에서 잠을 자고, 불량 감자 추적대에게 쫓기는 험난한 길이지만 두 감자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조금씩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알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을 불량 감자로 만든 싹이 꽃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요. 마침내 감자아이는 다짐합니다. 어디든 가는 데까지 가 보자고, 싹을 키워 보겠다고, 꽃을 피우겠다고 말이에요.
자신의 싹을 키우고 있는 세상의 모든 불량 감자들을 위한 다정한 응원
이 책을 쓰고 그린 조영지 작가는 작고 서툴고 약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존재들에 눈을 주고 귀를 기울이는 작가입니다. 작가의 다정한 눈과 귀가 이번에는 싹이 난 작고 동그란 감자에 머물렀습니다. 작가는 감자아이처럼, 평범한 보통의 우리들도 꽃으로 키워 낼 수 있는 싹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그 싹을 키워 보자고 말합니다. 자기 안에서 생겨났지만 자신을 불량 감자로 만든 싹을 포기하지 않고 키워 보기로 마음먹은 감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