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삶에 대한 고요한 찬사
《자코미누스》는 가로세로 30cm의 큰 그림책이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그만큼 커다란 그림이 펼쳐진다. 이제 막 책을 펼친 독자는 누가 이 책의 주인공인지 단번에 알 수 없어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림 속엔 각자의 이름을 가진 인물들 수십 명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코미누스는 그 풍경의 일부로 작게 그려져 있을 뿐이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서야 자코미누스는 주인공에 걸맞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작가의 특기인 대담한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작가는 풀 샷(full shot과 클로즈업(close-up을 오가며 자코미누스의 삶을 거창하지도, 사소하지도 않게 그려 낸다.
이 크고 섬세한 그림책은 스스로를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기는 이들에게, 각자의 이름을 가진 우리 모두 주어진 삶의 주인공이란 위안을 건넨다. 어둡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색감과 작가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진 그림들을 들여다본다면 평범하지만 빛나는 삶에 대한 애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어느 때에 책을 펼치든 여기, 당신의 친구 자코미누스가 있어요
커다란 그림 속 작은 자코미누스를 찾아내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린 아기가 늙어 노인이 될 때까지의 한 생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펼쳐 든 독자가 몇 살이든 같은 시절을 지나가고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상상 속의 달나라로 여행을 떠났다가 다리를 다치고 만 아기 자코미누스는 남들보다 빨리 달리진 못하지만 영어와 러시아어, 라틴어와 페르시아어를 익힌 철학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자란다. 어린이들은 소년 자코미누스와 함께 꿈을 꿀 것이다. 어른이 된 독자들은 청년 자코미누스의 이별과 아픔에 같이 슬퍼할 것이다. 좀 더 나이가 들어 삶의 무게를 알게 된 독자라면 아버지 자코미누스의 분노와 좌절에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노인이 된 그는 지극히 평범했던 하루하루 위에 쌓여온 풍요로운 시간들을 뒤돌아본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게 고백한다. “나의 삶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