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잔혹함에 관한 소설
독일의 작가이자 언론인 쿠르트 투홀스키는 “모든 전쟁은 패배다. 생명을 파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평생 반전·반핵 메시지를 작품 속에 담아 온 파우제방은 《살아남는다는 것!》에서, 승자가 존재할 수 없고 오로지 파괴만이 존재하는 전쟁의 잔혹함을 어린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 준다. 전쟁사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가장 많이 낸 비극적인 사건들 중 하나로 기록된 ‘드레스덴 폭격’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열여섯 살 생일을 며칠 앞둔 기젤은 어느 날 주민 소개 명령이 떨어지자 고향 니더슐레지엔을 떠나 외조부모가 사는 드레스덴으로 가족과 함께 피난을 떠난다. 2월 한겨울에 늙은 할머니와 만삭인 엄마와 열다섯 살부터 한 살 반까지 네 아이가 짐을 이고 지고 나선 피난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엄마는 피난 기차에 오른 뒤 갑작스러운 산통으로 들것에 실려 가고, 할머니마저 아수라장 속에서 어디론가 사라진다. 공습경보가 떨어지고, 기젤과 동생들은 지하 방공호로 대피한다. 그리고 매몰된다.
아이들이 무너진 방공호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처절하고 눈물겹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구조된 아이들 앞에 펼쳐진 세상은 처절하다는 말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죽음만이 가득한 세상. 목적지였던 아름다운 도시 드레스덴은 초토화되었고, 외조부모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전쟁은 게임이나 뉴스에 나오는 남의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게다가 한국 전쟁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불안하게 멈춰 서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끝나지 않은 전쟁의 영향력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현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전쟁의 잔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삶의 소중함과 용기를 일깨우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우제방이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