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셰익스피어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열광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죽기 몇 해 전 발표한 셰익스피어 드라마에 대한 비평이다.
저자는 자신의 종교적·윤리적·사실주의적 예술론에 입각해 셰익스피어의 드라마가 갖고 있는 온갖 문제점들을 <리어 왕>을 중심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명성이 ‘지레짐작’에 근거한 다분히 작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조만간 그 허상이 드러남과 동시에 추락할 것으로 보았다. 톨스토이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그의 글은 이 시대 셰익스피어가 누리고 있는 난공불락의 명성에 익숙한 독자들과 그에게 절대적인 경의를 표하는 상아탑의 학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시대와의 불화를 아랑곳하지 않았던 톨스토이의 도발적인 견해는 그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소위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일군의 문학작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얼마나 피동적인 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역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고전이란 우리가 태어나기 전 다수에 의해 규정된, “본질적으로 ‘잠적인인’ 체계”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내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읽지 않는 한 고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록으로 실린 어네스트 크로스비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태도>와 조지 버나드 쇼의 편지 발췌문 역시 다른 관점에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흥미진진한 비판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