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PART 1. 정수기 선생님
Episode1. 무인도에 가서 어린이 왕국을 만드는 거야
Episode2. 저 아이는 왜 저러지? 라는 말만 안 해도
Episode3. 낯선 교실과 늘 새로 마주하는 아이들
Episode4. 선생님은 나를 좋아한다니까?
Episode5. 러시아어로 자기소개 해 보세요. 할 수 있나요?
Episode6. 학부모와 선생의 심리적 안전거리는 어디쯤?
PART 2. 아이들을 가르치다 내가 배운다 Ⅰ
Episode7. 아이들이 제 뒷담화 깠대요
Episode8. 나는 너랑 싸운 이토순이야
Episode9. 아빠가 경찰서에 가겠대요
Episode10.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Episode11. 선생님 반 애들은 해마다 학부모처럼 되네요?
Episode12. 내 강낭콩이 안 자라서 속상해
Episode13. 사실은 우리가 가족 아니야?
Episode14. 친구가 가니까 슬펐어
Episode15. 김밥은 랜덤이에요
Episode16. 모르겠어요, 눈물이 나요
PART 3. 아이들을 가르치다 내가 배운다 Ⅱ
Episode17. 엄마랑 같은 말만 하네요
Episode18. 나가서 찍고 와. 오케이?
Episode19. 저주 편지가 돌고 있다
Episode20. 그 친구들도 다시 보내면 되죠
Episode21. 분리수거장 감옥
Episode22. 저주 편지를 절대로 보내지 않을게
Episode23. 선생님을 체포합니다
Episode24. 저 혼자 한 거니까 저만 혼내세요
Episode25. 정수기 선생님, 잔소리만 나온다
Episode26.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PART 4. 신규 교사와 중견 교사, 그 중간 어디쯤
Episode27. 늘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학교생활
Episode28. 그건 선생님 문제가 아니야
Episode29. 집에 가면 완전히 녹초가 돼요
Episode30. 3년, 5년이 고비래
Episode31. 더
책 속으로
얼마 전, 노란색으로 탈색을 했다. 원하는 머리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탈색이 필요한데, 한 달도 못 가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검은 머리카락 때문에 탈색과 염색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신규 교사 시설엔 긴 머리를 감추고 커트 머리 가발을 쓰고 다니기도 했고, 그때그때 취향이 드러나는 복장을 즐겨 입기도 했다. 어쩌면 그간 교사로서의 외적 본보기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취향을 존중하면서 나름의 교육관을 가지고 교직 생활을 해 왔던 것 같다.
교직 생활이라는 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은 잘 안다. 교육자로서 갖춰야 하는 자격과 요건이 많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율도 세부적이다. 그런데도 오랜 시간 취향을 존중하며 교직 생활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은 교사가 먼저 행복해야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p4
특히 관계에 있어서, 신규 교사들에게 자주 들려주던 이야기가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기다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관습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무조건 이해하고 수용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을 솔직하게 표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면서도 각자의 자기다움이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교실 속 선생과 학생의 관계에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 때론, 아이들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보다, 선생과 아이 모두 각자의 자기다움이 어느 정도 공존할 수 있도록 서로 의사 표현을 할 때 상호 간에 소통이 더 원활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p5
최근에는 학부모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려고 애쓴다. 오히려 경험이 적었을 때 상대방에게 나의 견해를 더욱 적극적으로 쏟아 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내 생각뿐 아니라, 학부모의 생각도 소중해졌다. 둘 다 꺼내 놓고,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다. 아이들을 위한 문제니까. 그리고 오랜 공부를 통해 나는 책이란 것도 누군가의 합리적 사고를 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