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다른 세계로부터
001 The circle and the line _ Erik ?stensson
012 Apparitions _ Gustavo Sagorsky
024 평평한 우주 _ 이수지
034 원더랜드 _ 홍지윤
044 //_PATH _ Mark Dorf
054 낮고, 빠르게 쏘기 / 미들턴 _ 윤태준
066 이슬아의 가상 현실 _ 이슬아
074 봄으로 가는 문 _ 김보영
080 테이크 미 썸웨어 _ 최재훈
090 생각하는 자는 멀고 깊은 곳으로 _ 정용준
095 다름없는 세계가 가능할 때까지 _ 황인찬
101 진실을 향한 불확실성 :〈두 개의 문〉을 제작하며 _ 김일란
106 BL_NK SP_CE _ Sophie Gabrielle
118 한 명의 사람과 그 사람을 위한 하나의 새로운 세계 _ 곽재식
124 경험을 수집하는 사람들의 박물관 _ 김원영
130 404 Not Found _ Luca Marianaccio
140 NEOs _ Ezio D’Agostino
150 UNIVERSE : Facts in the post-truth era _ Jos Jansen
162 Mastering the Elements _ Jana Hartmann?
172 NASA // Past & Present Dreams of the Future _ Benedict Redgrove
190 에스에프 _ 권도연
208 [영화의 장소들] 플랫폼에서 _ 유운성
214 [docking! 2020] 컨트롤 스크롤 _ 이나현
225 [사진-픽션] 죽은 자는 되돌아온다 _ 장혜령
240 [에디터스 레터] 기껏 하필, 오로지 오롯이 _ 박지수
현실 너머의 가능성과 불안한 예감
촬영자는 현실 속에 있지만, 피사체도 현실에 보이는 대상이지만, 그의 눈길은 때로 현실 너머로, 보이지 않는 것으로 향합니다. 가령, 익숙했던 사물의 의미가 거듭나는 순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뒤엉켜 있는 기억, 사물과 세상의 윤곽을 읽어내는 나의 감각, 나와 타인과 사회를 둘러싼 복잡한 체계, 우주와 자연의 경이로운 신비…. 이 모든 것을 이번호에서 편의상 ‘다른 세계’로 부르기로 합니다. 이번호는 그 다른 세계로 향하는 눈길과 의지에 관해서 다룹니다.
그 눈길과 의지가 담긴 사진 작업들은 대개 ‘비현실/초현실’적인 장면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다른 세계의 환상을 보여주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눈길과 의지가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내가 속한 현실이, 내게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는 지점일 것입니다. 여기가 현실이라고, 지금 눈앞의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그런 시야에서 벗어날 때 저기에도 또 하나의 현실이, 지금 눈앞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세상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세계를 향한 눈길과 의지는 단지 환상을 위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에 가닿으려는 적극적인 탐색일 것입니다. 그 가능성을 향하는 눈길과 의지에는 장미빛 전망뿐만 아니라, 현실 너머 저 가려진 것에 대한 불안한 예감도 공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잡지를 펼치면, 에리크 외스텐손, 구스타보 사고르스키, 이수지의 사진 작업을 연이어 만나게 됩니다. 신비롭고도 불안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세 작업 모두 현실의 일상과 풍경에 잠재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고, 이를 가시화합니다. 이어지는 홍지윤, 마크 도프, 윤태준의 작업은 사진을 활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이미지 안에 비현실적인 ‘다른 세계’를 구현합니다. 각각 색으로 전해지는 감정, 디지털과 인터넷의 연결성, 사물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각을 탐구하는 세 작업 모두 비물질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