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만큼 깊은 해녀들의 의리
해녀들은 새로 온 애기 해녀가 망사리를 스스로 채울 수 있을 때까지 자신들이 딴 전복이며 소라를 가득 담아줍니다. 해녀들은 망사리를 채워 주며, “나중에 꼭 갚아라.”라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셈과 해녀들의 셈은 조금 다릅니다. 해녀들의 말은 나중에 자기에게 갚지 말고, 그때 들어온 애기 해녀에게 갚으라는 뜻입니다. 자기들도 다 애기 해녀였을 때, 누군가 자신의 망사리를 채워 주었다고요.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늘 작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해녀들은 서로 힘을 나누는 일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해녀들은 나이가 든 해녀들을 위해 얕은 할망 바당도 남겨둡니다. 물질을 잘하는 상군 해녀는 더 멀리 헤엄쳐서 깊은 바다로 나가야만 합니다.
해녀들이 매일 바다에 나가 숨을 참을 수 있는 건 이런 의리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돌담과 바다, 해녀들의 이야기
김미희 작가의 어머니는 해녀였습니다. 작가에게 해녀들의 삶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바다에 몸을 맡기는 해녀들의 삶은 그저 고되게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나이가 되자, 해녀의 삶에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해녀들의 삶은 오늘을 바다에 맡기고 순리대로 사는 삶, “살다보면 살아진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삶. 숨이 차오르더라도 자기보다 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람을 돕는 삶이었습니다. 작가는 해녀들의 아름다운 삶을 글로 옮겨 담았습니다.
그림을 그린 정인하 작가는 돌담과 바다의 풍경에 주인공의 마음을 투영했습니다. 도시에서 상처받은 주인공의 마음은 꽉 막혀 있는 현무암으로 표현했고, 처음 들어간 바다는 거세고 무섭게, 상군해녀가 된 다음 들어가는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포근합니다.
섬세한 터치와 색감, 때로는 거칠게 표현한 바다는 책의 내용과 잘 어우러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