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 VOL. 31?
특집 | 산책과 관찰: 걷고 보는 동안 달라지는 것들
002 Higashikawa _ Yoshinori Mizutani?
016 Seascape _ Paul Rousteau?
030 Chicxulub _ Marten Lange?
044 aTAcaMa : There Over The Horizon _ Luis Lazo
067 좀 걸어요, 햇빛 받으면서 _ 강화길
072 시계반대방향으로 _ 정지돈?
077 경포산책 _ 조예은?
084 브레히트와 코스트코 가기 _ 문보영?
092 엽서?되기 _ 김겨울?
098 SANPO | Portrait Light | ALASKA _ Kenji Kagawa?
112 입김 _ 김유자?
124 사진하는 일상 _ 손승재?
136 얼음이 녹을 동안 _ 태평?
148 Time Lapse _ Xan Padron?
162 Bus Stops _ Simas Lin?
174 Sorry, can I take a picture of you? _ Bennet Pimpinella?
188 Ur/ban/isme _ Valentin Fougeray?
200 Mysterious Light, Mysterious Shadow _ Monty Kaplan?
212 You can’t walk this earth forever; someday you will have to fly _ Starry Kong
225 [영화의 장소들] 커다란 하늘, 또는 모노크롬의 유혹 _ 유운성
230 [인터뷰] 불량한 영화를 옹호하며 _ 김병규?
239 [사진-픽션] 안거짓말 _ 장혜령
걷고 바라보며, 바라보고 걸으며 달라지는 기분
걷고 또 걷고 한참을 걷다 보면, 어깨에 힘이 빠지고, 손에 든 카메라도 그다지 의식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시점부터는 어디서 출발했는지 어디에 도착하려고 하는지도, 더 이상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발에 이끌린 눈은 새로운 것을 바라보게 되고, 눈에 이끌린 발은 예상치 못한 곳에 이르게 되면서 눈과 발은 점점 더 낯선 길로만 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깨에 힘을 주고, 카메라를 잔뜩 의식한 채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선을 선명하게 긋는 여정에서는 결코 발견하지 못할 순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여기서 카메라는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길을 곧바로 이어주는 도구이기보다는 길을 잃고 배회하게 만드는 계기를 선사하는 장치가 됩니다. 이번호에는 이처럼 눈과 발 그리고 카메라가 서로 하나로 연동된 순간에 발견한 세상과 풍경이 펼쳐집니다.
첫 번째 이미지 섹션에서는 미즈타니 요시노리, 폴 루스토, 마르탱 랭, 루이스 라조, 네 명의 사진가가 걷고 바라보았던 시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채색의 설경 속에서 자신만의 색채를 포착하는 미즈타니 요시노리 그리고 바다를 ‘빛과 물과 공기의 덩어리’로 바라보는 폴 루스토, 둘의 사진 작업에서 오로지 자신의 감각만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사진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 마르탱 랭과 루이스 라조 두 명의 사진가는 사막을 헤매며 지나간 역사와 개인의 기억, 그리고 잃어버린 세계를 응시합니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텍스트 섹션에서는 ‘산책과 관찰’이라는 키워드로 쓴 흥미로운 에세이와 픽션을 읽을 수 있습니다. 소설가 강화길과 정지돈, 조예은, 시인 문보영 그리고 북튜버 김겨울까지 다섯 명의 필자에게 걷고 바라보며, 또는 바라보고 걸으며 조금씩 달라지는 기분이나 감정, 생각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들은 무기력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곳으로 떠난 여행에서, 책이나 영화에서 마주했던 ‘산책과 관찰’에 관한 각자의 경험담과 상상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