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잉글랜드 레전드 시대
01 1980년대 암흑기
02 프리미어리그의 탄생, BskyB(1992년
03 원년 챔피언: 맨유 제국의 시작(1992/93시즌
04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전성시대: 앨런 시어러에서 맷 르티시에까지
05 천사와 악마: 에릭 칸토나(1994/95시즌
06 ‘성덕’ 구단주의 꿈: 블랙번 로버스(1994/95시즌
07 축구 세상을 바꾸다: 보스만 판례(1995년
08 프리미어리그 최초 글로벌 스타: 위르겐 클린스만(1994/95시즌
09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터뷰: 케빈 키건(1995/96시즌
10 클래스 오브 1992: 퍼기의 햇병아리들(1995/96시즌
11 일본에서 날아온 프랑스인 감독: 아르센 벵거(1996/97시즌
12 유러피언 트레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998/99시즌
13 잉글랜드 유일의 유럽 득점왕: 케빈 필립스(1999/2000시즌
14 1990년대 프리미어리그 빌런: 로이 킨, 윔블던 FC, 폴 머슨
15 몰락한 왕가의 컵 트레블: 리버풀(2000/01시즌
16 ‘리즈 시절’의 시작과 끝: 리즈 유나이티드(1997~2003년
17 너무 빨리 타버린 월드 클래스: 마이클 오언(2001년
18 1997년 8월 ‘이달의 골’: 데니스 베르캄프(1997/98시즌
19 역사상 유일무이한 연고 이전: MK돈스(2003/04시즌
외국인 공습 시대
20 첼스키 탄생: 로만 아브라모비치(2003년
21 영국의 오른발, 마드리드로 떠나다: 데이비드 베컴(2002/03시즌
22 무패 우승 신화: 아스널(2003/04시즌
23 파이트 클럽: 맨유 vs 아스널(1996~2005년
24 ‘스페셜 원’은 특별하다: 조제 모리뉴(2004/05시즌
25 잉글랜드 최고 재능: 웨인 루니(2003/04시즌
26 리버풀시의 원래 주인은 파랗다: 데이비드 모이스(2004/05시즌
27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 앨런 시어러(2005/06시즌
28 극적 잔류, 강등, 또 극적 잔류: 해리
◎ 축구와 폭력: ‘전혀 다른 게임’ ‘완전히 새로운 축구’
1860년대 축구 팀 대표들이 모여 부상 위험이 큰 각종 규정을 없애자는 데에 의견을 모을 때 한 클럽의 대표가 크게 반발했다. “상대를 걷어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축구다”라며 정강이 걷어차기를 금지한다면 협회를 탈퇴하겠다고 버텼다. 축구에서 페어플레이 기준이 지금과 크게 달랐다. 축구에서 폭력은 ‘게임의 일부’로 통용됐다.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야말로 스포츠의 미덕으로 통했다
20세기 들어서도 잉글랜드 축구를 상징하는 단어는 피지컬이었다. 격렬한 충돌을 마다하지 않는 터프함, 쓰러져도 벌떡 일어나는 자세, 축구가 아니라 전쟁에 임한다는 투쟁심이야말로 잉글랜드 축구의 미덕이었다. 심판 역시 웬만한 태클에는 휘슬을 불지 않았다. 반칙을 범해도 자기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는다. 축구와 폭력은 떼려야 뗄 수 없었다.
풋볼리그가 출범하고 100년 가까이 되던 1980년대 잉글랜드 축구계는 암흑기에 빠진다. 경기장 시설이 낙후되고 폭력 문제가 상존했다. 축구 경기장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개·보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목조 관중석이 흔하고 안전시설도 시대에 뒤떨어져 있었다.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격돌할 때는 어김없이 훌리건들의 폭력이 가세해 사태가 악화됐다. 팬들 사이의 거친 신경전은 순식간에 패싸움으로 번졌다. 그것은 중세 시대 드넓은 벌판에서 보병이 직접 맞붙는 백병전과 다를 바 없었다.
1990년 테일러 리포트를 기점으로 영국 축구 산업은 안전한 관전을 위한 시설을 확충했다. 산업이 확장할 토대가 마련된 시점에서 미국의 스포츠 마케팅 노하우와 인력이 유입되면서 영국 축구는 근대의 낡은 옷을 벗고 21세기형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발전할 전환기를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축구 리그인 풋볼리그가 1888년 출범하고 104년째가 되던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독립 출범했다. 그때 내세운 캐치프레이즈가 ‘전혀 다른 게임’, 즉 ‘완전히 새로운 축구’였다. 강렬한 원색 유니폼, 한껏 멋을 부린 스타일, 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