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용기를 내면 되는 거야.
같이하면 되니까.”
『1987 그날』은 전두환 정권 아래 엄혹한 현실 속에서 미래를 꿈꾸기는커녕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고뇌해야 했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1987년을 그리고 있다. 대학생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불의에 눈감을 수 없다며 운동에 동참한 진주, 가족과 운동 사이에서 갈등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언니 때문에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은 대학생 혜승, 그리고 미술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꿈을 가졌지만 집이 철거당하는 각박한 상황에 처한 나리 등이 그 주인공이다.
1987년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일대 전환이 일어난 해이다. 학생과 시민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6·10민주항쟁을 계기로 마침내 전두환 정권은 퇴진하고 국민이 정권을 직접 선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1987년 이전의 ‘투표’는 군인들이 무력으로 빼앗은 권력을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통과의례에 불과했다. 유승하의 『1987 그날』은 5·3인천항쟁,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건국대 애학투 사건, 박혜정·박종철·이한열 열사의 희생까지 6·10민주항쟁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면서도 상계동 강제철거, 신촌 벽화 사건 등 철거민 운동, 민중미술의 역사가 1987년의 흐름에 어떻게 함께했는지 놓치지 않는다.
6월 그날의 뜨거운 함성,
평범한 사람들의 거대한 한걸음
『1987 그날』은 당시 6·10민주항쟁에 참여한 다양한 시민들의 면모를 보여준다. 혜승과 진주처럼 학생운동에 함께한 대학생들부터 이한열 열사를 그린 걸개그림의 작가 최병수 목수를 모델로 한 현장미술가, 명동성당에 모인 상계동 철거민과 6·10국민대회에 참가한 노동자와 종교인, 그리고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1987년의 그날이 ‘평범한 사람들의 거대한 참여’로 가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마다 처한 환경 속에서 생각은 달랐지만, 이들 모두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