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전, 강을 친구 삼아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 마을, 구만리에는 소년 준태가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준태의 아버지는 중국에 독립 운동을 하러 간 뒤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다. 나룻배를 타고 학교에 가고, 일본 순사와 앞잡이가 들이닥쳐 세간을 부수고 양식을 빼앗아 가도 울분을 삼킬 수밖에 없던 어린 소년 준태. 준태는 강을 친구 삼아 마음을 의지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광복 이후, 아버지를 만나다
준태는 친구 난이와 함께 산에 딸기를 따러 갔다가 얼굴에 칼로 그은 것 같은 흉터가 있는 낯선 남자를 만난다. 흉터 아저씨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면서도 준태는 산나물을 뜯으러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일본으로부터 독립의 소식이 들려온 그 날, 준태는 헤어졌던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 산에서 만났던 흉터 아저씨가 바로 아버지였다. 땅바닥에 엎드려 넙죽 절을 올리는 준태를 아버지는 뜨겁게 안아 주었다.
한국 전쟁 전후, 어머니를 잃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농사꾼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나라는 여러 가지 일들로 어수선하고 급기야 소양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 대흥리에는 공산 정권, 남쪽 구만리에는 민주 정권이 들어섰다. 마치 강이 사상을 갈라놓은 듯이. 결국 불안한 나라 정세를 보다 못한 아버지는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 준태 곁을 다시 떠난다.
그리고 강 건너 대흥리에 사는 준태 외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준태 어머니는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건넌다. 어머니가 걱정된 준태는 강을 건너 어머니를 찾으러 가고, 돌아오는 길 군인들이 쓴 총을 맞고 어머니는 세상을 뜨고 만다.
광복부터 현대까지, 소양호에 핀 꽃
이 작품은 증조할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연락을 받고 만날 날을 기다리는 증손자 가람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현대의 주인공 가람이는 열두 살이고, 가람이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회상 속 준태의 나이도 열두 살부터 시작한다. 액자 구성인 이 작품은 액자 밖의 손자와 액자 속의 소년이었던 할아버지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정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