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화국에서 지중해 세계 제국으로,
로마의 운명이 결정된 시대와 그 속의 사람들
고대 로마의 공화정은 서구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취 중 하나였다.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도시국가였던 로마는 점차 팽창하여 결국엔 지중해 세계를 뒤흔드는 제국이 되었지만, 그사이 수 세기 동안은 과거의 그리스를 뛰어넘는 체계를 지닌 성공적인 공화국이었다. 그러나 로마 공화국이 최고의 승리를 거둔 기원전 146년은 한편으로 로마 공화국 파멸의 시작이기도 했다.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무너뜨린 로마는 지중해 세계의 열강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강대국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그러나 로마의 제국적 권력이 완성된 순간 공화정은 안으로부터 썩기 시작했다. 엄청난 부의 유입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은 전통 생활방식을 파괴했고, 자작농들이 멀리까지 징병되어나가는 동안 황폐해진 농토가 부자들에게 넘어가면서 토지 소유는 더욱 양극화되었다. 몰락한 자작농을 비롯하여 다양한 계급과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로마 시내로 흘러들었으나 이들에게는 좀처럼 시민권과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한편 정치 활동에서 지켜지던 불문율이 무너지면서 군대가 사유화되고 폭력 사태와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광대하고 여러모로 다양해진 로마를 다스리는 데 기존의 공화정은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화정의 ‘몰락’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국가의 팽창과 변모에 적응하지 못한 통치 체계의 실패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 체계를 수호하려는 정치 세력과, 이들이 외면한 민중에게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한 정치 세력이 갈라진 것이다.
역사책이 로마의 군사 및 정치 지도자의 이름들로 가득한 것은
로마 역사가들이 그런 이들에 관해 기록했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우리는 모든 로마인이 승리를 좇은 정치적 음모자였던 것처럼 여기게 된다.
_2장 ‘로마의 의붓자식들’에서
민중의 폭풍을 두려워하되 그 뒤에 있는 자를 직시하라
미국과 로마, 2천 년을 관통하는 역사의 메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