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지금껏 들어 본 소리와 분명히 달라.’
무당이 굿을 하기 전에 외는 주문이나 스님의 불경과도 비슷한 것 같았다. 장만은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런데 그런 소리와는 또 분명 무언가가 달랐다.
_33쪽
기우제를 다녀온 후 독경 소리가 장만의 귓가에 맴돌았다. 분명 오며 가며 들었던 독경은 그렇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대체 독경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흔드는 것일까?’
장만은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기우제에서 들었던 소리를 떠올렸다. 그럴 때면 어디에선가 희미하게 독경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_37쪽
“세상을 어디 눈으로만 보느냐? 그렇지 않아. 장악원에는 악기를 다루는 맹인이 있고, 관상감에도 명과학을 하는 맹인이 있다. 다 가진 재주가 다를 뿐이지. 너도 노력하면 독경사가 될 수 있어.”
장만의 심장이 정신없이 뛰었다.
_53쪽
독경이 끝나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장만의 얼굴이 붉어지고 목덜미에서 열이 올랐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과 발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허허, 독경사가 어린데, 안택경이 들어 줄 만하구먼.”
“그러게. 안택경이 잘 마무리됐으니 이 집에 좋은 기운이 돌겠구먼.”
_125쪽
정말 운명의 장난 같았다. 그리고 악연이었다. 춘택과 장만, 그리고 허소경까지. 장만은 이제 명통시를 떠날 이유가 명확해졌다는 걸 충분히 느꼈다.
_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