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벼랑 끝으로 내몬 선택
이제 모든 게 끝일까?
아버지를 찌르고 보호센터에 온 열다섯 아나. 아나는 룸메이트 마리사에게 받은 일기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나는 상담을 받기도 하고, 변호사, 의사와도 이야기 나누지만 아나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곧 아나는 먼저 도착한 동생이 사는 이모네 집으로 향한다. 거기엔 주정 부리는 아버지도 없고, 늘 힘겹고 우울해하던 엄마도, 있는 듯 없는 듯 미미한 존재감으로 다니던 학교도 없다. 라우라라는 친구와도 가까워지고, 막 관심 가기 시작한 남자아이까지. 아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나의 과거를 전혀 모르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하고 어울리면서 아나의 삶은 지금껏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으로 채워지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네 집으로 전화 한 통이 온다. 경찰서에서 풀려난 아버지가 아나와 동생을 데리러 오겠다고. 아나에게 다시 악몽 같은 과거가 드리운다.
왜 행복한 순간이 이어지면 안 되는 걸까? 왜 어떤 사람은 행복해도 좋고 어떤 사람은 행복을 느끼기가 무섭게 다시 불행의 늪으로 빠지는 걸까?
하루도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날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아나는 친구에게 방 문이라도 잠글 수 있는 자물쇠를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대신 이모네 집에서 지내 보라는 조언을 듣는다. 새로운 생활을 꿈꿨으나 도착한 집은 아버지의 주정과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 나뒹구는 물건처럼 아나의 희망도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칼, 그리고 어둠……. 피 묻은 아나의 손.
예전처럼 끔찍한 상황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절망에서 희망으로
다시 한 걸음씩 내딛는 아나의 이야기
“나는 아나다. 나는 거지 같다. 아니야. 하느님……!”
10월 13일 아나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아나의 감정은 뒤죽박죽, 혼란스럽고 모순투성이다. 어느 날은 횡설수설하고, 또 어느 날은 초조해하고 절망한다. 그러나 아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