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촬영은 주로 길 위에서 이루어졌다. 가깝게는 서울 도심과 재개발지역 골목에서, 멀리는 수도권 전철역 일대 도로나 산, 바닷가 둘레 길에서 작업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미지의 길을 탐하는 것에 취해 나 홀로 하염없이 걷고 걸으며, 운 좋게 만나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워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왔다.
길을 고집해 온 것은 마음을 닦는 수련장 역할을 해 와서다. 학창 시절부터 시험 때면 메모장을 들고 길을 나섰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 때도 길을 찾았다. 지금 역시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서도 상념에 젖어 걷기만 할 때가 많다. 이렇게 마음을 비워서 그런가? 걷다 보면 좋은 사진의 소재가 우연을 가장하며 가끔씩 나타나 주었다. 어쩌다 지방의 유명 출사지를 가서도 그 장소보다는 주변의 길에서 불쑥 나타나 주는 소박한 정취가 더욱 돋보였다.
돌아보면 사진 입문도 우연히 이루어졌다. 은퇴하자마자 산행에 빠져 전국 산을 섭렵하다가 광덕산에서 야생화 사진작가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마침 그 직후 발목 골절상으로 산행 도 접어야 했던 차라 카메라를 장만해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퇴임 시 계획한 행동 리스트에는 없었던 전혀 예상치 못한 길이었다. 한마디로 무턱대고 시인‘프로스트’의 ‘가보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에 들어선 셈이었다. ‘프로스트’가 갈래길에서 선택한 길. 그 낯선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걸어오며 꽃, 다큐, 풍경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사진을 생산해 내고는 나름 경지 에 올랐다고 자부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 사진집을 준비하면서 그‘프로스트’의 길이 잡초가 무성해 평탄치 않은 것이었음을 상기해 내었다. 쉽게 생각했던 사진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하는 자괴감이 수시로 들었다. 사진가의 길이 이렇게나 좁은 것이었나 하는 답답함도 느껴져 왔다. 그러나 작품을 한 장 한 장 골라내면서 ‘프로스트’처럼 이 길을 선택한 데 대한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길을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