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평
집요함이 남긴 역사의 명장면
사진집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1부는 역대 대통령의 등장과 퇴장에 초점을 맞추었고 2부는 김녕만 작가가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찍은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을 통해서 대통령이란 자리의 영광과 고뇌, 화려함과 고독, 빛과 그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는 1979년에 동아일보의 새내기 기자로서 박정희 대통령의 장례행렬을 구경하는 인파를 촬영하면서 권력무상을 실감했다. 철옹성이라 여겼던 정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역사적 사건을 목도하면서, 그것도 비극적인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권력무상에서 나아가 인생무상을 체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서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등장과 결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현장을 지켜보면서 그는 기자를 떠나 사진가의 눈으로 조금 더 깊이 있게 권력의지와 권력무상을 표현해보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김녕만 사진의 특징인 해학과 페이소스는 이번 대통령 사진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선거유세 중에 허리를 굽혀 연단 아래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눌 때 밑으로 떨어질세라 뒤에서 문 후보의 허리를 붙잡고 있는 사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서로 김영삼 대통령의 옷소매를 잡아끄는 겁 없는(? 어린이들, 분장을 하며 대본을 외우는 배우처럼 얼굴을 다듬으면서 연설문을 살펴보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 등은 슬그머니 웃음을 자아낸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백악관 만찬장에서 바지가 흘러내리면서 하반신을 노출한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 사진이다. 르윈스키 성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킨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깜짝 퍼포먼스를 벌인 고 백남준 아티스트의 과감하고 짓궂은 돌발행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순발력이 돋보인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5년 시한부이다. 전직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에 현직 대통령이 앉아 있는데, 이 의자 또한 차기 대통령에게 넘기게 될 것임을 같은 위치에서 찍은 두 대통령의 집무실 사진이 암시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사진 찍는 일은 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