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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깜장이 (양장
저자 다나카 기요
출판사 북뱅크
출판일 2022-03-15
정가 18,000원
ISBN 978896635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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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발췌>

늘 혼자 집으로 가는
그 길,
담장 위에
그 애가 있었어. -p.2-3

다음번에 봤을 땐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었어. -p.6-7

아주머니한테는
안… 보이나 봐. -p.10-11

나도 들어가도 돼?
담장 틈새로 기어 들어갔더니 -p.18-19

벽장문을 닫으니, 까만 어둠.

깜장이는
눈을 감고 있는 것 같았어.
나도 눈을 감았어.

그랬더니,
휘이- 휘이-
나지막이 바람 소리가 들렸어. -p.34-35

어, 저건 뭐지?
깜장이는 꼭대기로
거침없이 쑥쑥 올라갔어. -p.46-47

푹신푹신한 털에 파묻혀
깜장이랑 같이
깜빡 잠이 들었어. -p.50-51

<옮기고 나서>

몇 년 전, 이 그림책을 처음, 책 이전의 더미북 형태로 건네 받아 작가 코앞에서 읽었습니다.
작가가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걸 아는데도 한동안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 만에야 딱 한마디 ‘위로’라고만 답했습니다.
무릇 책이란 위로를 주는 존재이거늘 이 그림책의 감상을 위로라고 대답하다니 너무도 시시했지만, 그 순간 나는 그 외에 어떤 낱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따뜻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쭉 함께했던 깜장이(같은 존재를 그 책 속에서 다시 만났으니까요.

그런데 이 작은 그림책이 번역을 마치고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2년이 더 걸렸습니다. 작가가 이 그림책을 완성하기까지 2년이 더 걸렸던 건 동판화를 고집하여 하나하나 파내려 간 그야말로 ‘각(刻’의 시간이었지만, 저는 몇 글자 안 되는 번역에 2년이 넘는 시간을 쓰고 있었으니 작가에게 늘 죄스럽고 송구한 마음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본문 번역을 마치고도 끝까지 제 발목을 잡았던 건 제목. 우리말에 딱 맞는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원제 ‘구로이노(くろいの’는 책 제목이면서 동시에 그림책 속 한 존재의 이름이기도 하므로 그 존재에게 딱 맞는 이름이 아니면 안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고민하고 고민하였습니다. 까만 색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