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름, 다른 사랑, 다른 용기
사계절처럼 시리고도 따스한 ‘춘란의 계절’
“앞으로 또 누군가를 그렇게 뜨겁게 사랑할 수 있을까?”
『춘란의 계절』은 눈보라 같은 세상의 시련에서도 ‘나’라는 존재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세상은 다름을 쉽게 이해해 주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도 가족 구성원의 수, 이름, 외모,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주인공을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고, 언어 및 신체 폭력을 거리낌 없이 행사한다. 춘란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봄의 향기는 한파처럼 찾아온 시련에 계속해서 묻히고, 그러한 날이 길어질수록 춘란은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는다. 내겐 행복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소설은 춘란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춘란의 서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와 학교 공동체의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춘란과 태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소수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나라는 존재를 해명하고, 변명하다 결국 도망친다. 소설은 그런 이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목소리를 건넨다. 시린 겨울이 영원할 것 같지만, 거짓말처럼 봄은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춘란의 삶과 태승의 삶이 그러했듯 우리는 숨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다고.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세상을 향한 해명과 도피가 아닌 ‘나’를 사랑하는 것뿐이다.
춘란은 지독한 열병 같은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이름, 열꽃과 함께 비로소 진정한 봄을 맞이한다. 그것은 이전의 나를 버리기 위함이 아니라 인정하고 사랑하기 위함이다. 세상 모든 춘란이 이 소설을 읽고 따뜻한 양지에서 단단한 뿌리와 함께 나라는 싹을 틔울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그 자리엔 서리와 그늘 대신 꽃잎과 볕이 내려앉기를.
책 속에서
강게이의 본명은 강태승. 강태승도 나처럼 외톨이였다. 우리 반에 여자 외톨이는 내가 맡고 있었고 남자 외톨이는 강태승이 맡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같은 처지이면서 한 번도 말을 나누거나 눈빛조차 마주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