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라스 루만의 이론과 『근대의 관찰들』의 위치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1992년작 『근대의 관찰들』이 문학동네 인문라이브러리 스물한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루만이 국내에 소개되며 이름을 알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가 전개하는 체계이론의 난해함으로 인해 아직도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루만의 정교한 이론이 가지는 폭넓은 영향력과 전방위적 응용의 가치에 대해서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루만은 “사회에는 주소가 없다”고 말한다. 즉 어떠한 사회도 자기 자신의 고유한 작동들로 자기 자신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회학자의 이론적인 구성물로도, 특히 루만의 이론처럼 우리 시대가 도달한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이론적 구성물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으로 사회에 도달할 수 없다. 이는 이론의 유용함, 또는 반대로 무용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사회가 ‘해소 불가능한 불확정성’의 상태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루만은 사회에 대한 구속력 있는 어떠한 재현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사회에 대한 성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관계의 양상 역시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사회학자들은 이 복잡성의 의미를 간파하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한 이론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이론을 통해서만 복잡한 사회를 깊고 예리하게 관찰하고 기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만은 체계이론의 정립을 통해 어려운 문제들의 높은 허들을 뛰어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학자로서, 또한 철학자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우뚝 섰다.
한 대담에서 그는 40세에서 55세까지가 한 인간의 작업적인 생산성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 자신이 55세가 되는 1982년부터 체계이론은 더욱 비상한다. 루만은 1984년에 출간된 『사회적 체계들』 이전까지 자신의 작업은 없는 것이라 보아도 좋고 이 책 이후가 일련의 작업들의 출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