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련 책을 마치며
참 오랫동안 사원에서 흔히 만나는 주련(柱聯의 해설서를 쓰고자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러나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방곡곡의 사원을 순례하면서 자료를 수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따라 얻어지는 것도 많았다. 순례(巡禮의 기쁨과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시나브로 익어지는 공부가 그것이다. 이러한 기쁨이 없었다면 아마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였을 것이다.
옛사람이 전하기를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하였다. 사진만 찍고, 글만 쓴다고 하여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치 수트라[Sutra]처럼 하나하나 엮어서 세상에 나오지 아니하면 자신만의 공부에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삼계의 길잡이시며 사생의 자부이신 부처님의 말씀을
형상(形像으로 나타내면 불상(佛像이 되고
책으로 엮으면 경(經이 되고
그림으로 그리면 벽화가 되고
노래로 찬탄하면 찬불가(讚佛歌 되고
시(詩로 나타내면 탄백(歎白이 되고
집을 지어서 불상을 봉안하면 대웅전(大雄殿이 되고
널빤지 따위에 적거나 새겨서 걸면 주련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련도 엄연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수단이지 사원의 건물을 장엄하고자 하는 용도는 아니다.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주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련의 내용이 틀리거나 혹은 주련을 걸음에 있어서 순서가 뒤바뀐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잘못 걸린 주련이나 글자가 틀리거나 한 주련이 너무나 많아서 그것들이 참으로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나는 이것을 바로 잡음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올바르게 된 것은 마땅히 선양하여 포교하기 위해서 아픈 손가락의 통증을 무릅쓰고 이 책을 집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