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되면 어쩌지?
엉뚱한 상상이 만든 걱정과 설렘이 뒤섞인 동시 〈고양이 샴푸〉
어떤 집엔 욕실에 샴푸병이 종류별로 가득할지도 모릅니다. 건성 두피용 샴푸, 지성 두피용 샴푸, 탈모 방지 샴푸, 비듬 방지 샴푸, 어린이 샴푸, 고양이 샴푸! 그런 집이라면 샴푸를 잘못 골라 머리를 감을 수도 있지요. 에이, 어쩌다 그럴 수도 있잖아요. 찜찜하면 머리를 헹궈 감으면 될 테고요.
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몇 번을 다시 헹궈 감아도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이러다 고양이가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었대요. 동시 〈고양이 샴푸〉를 쓴 이상교 시인이 겪은 일입니다. 검은 머리카락이 노란 고양이처럼 노래지는 것 같고, 두 귀도 위로 삐쭉 솟는 것 같고, 눈꼬리도 그날따라 더 샐쭉해 보이고요.
‘이러다 고양이가 되면 어쩌지?’ 했던 이날의 걱정과 귀여운 상상이 동시 〈고양이 샴푸〉가 되었지요. 걱정만 한 것은 아닐 거예요. 설레기도 했겠지요. 이상교 선생님은 고양이 이야기를 쓰고, 고양이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고양이도 아주 좋아하거든요.
나는 어떤 고양이가 될까?
상상력이 무한대로 뻗어 가는 그림책 《고양이 샴푸》
‘몇 번이나 헹궜는데도 종일 찜찜’한 마음은 학교까지 따라갑니다. 찜찜함의 정체는 바로 ‘고양이 샴푸로 머리 좀 감았다고 고양이가 되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입니다. 주인공 아이는 걱정 때문에 머리카락도 노래지고, 귀가 위로 삐쭉 솟습니다. 사실은 상상과 걱정이 만들어낸 착각이지만요. 갑자기 고양이로 변하면 큰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해요. 운동장의 고양이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머릿속으로는 벌써 내가 고양이가 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떠올리겠지요. 눈 감은 고양이, 웃는 고양이, 화난 고양이, 움찔하는 고양이 등 아주아주 여러 얼굴의 고양이들이요. 김소라 작가는 동시에 담긴 걱정과 설렘을 고스란히 그림으로 그려 책에 담았습니다. 짧은 동시에 못다 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아니면 상상력이 더 무한대로 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