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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큰글씨책 완월동 여자들 : 살아남아 사람을 살리는 여성 연대의 기록
저자 정경숙
출판사 산지니
출판일 2022-02-24
정가 25,000원
ISBN 979116861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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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1부 살림: 살아남아, 사람을 살리다
첫 살림을 살다
‘살림’만의 공간에서 벌어진 일
‘살림’이 나타났다!
초량 ‘텍사스’의 외국인 여성들
성매매 합법화의 나라, 호주에 가다
쉼터를 열다
토피어리 만들기로 자활을 꿈꾸다
조금씩 세상과 연결되다
언니들, 선생님이 되다

2부 완월동과 마주하다
한반도 최초의 유곽, 동양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
새빨간 불빛과 웨딩드레스
해어화 언니들의 기습 방문
언니들의 제안
경찰 앞에 함께 선 우리
언니들의 곁을 지키다
단속과 오해
하얀 비닐봉지 사건
언니의 결혼에 주례를 서다
끝없이 반복되던 언니의 말을 하염없이 듣다
밥심!! 맘심!!
납치된 언니
계속되는 언니들의 죽음
완월동 업주와 살 떨리는 삼자대면
업주의 죽음과 활동가들의 트라우마
완월동 문화제 ‘언니야 놀자’ 1
완월동 문화제 ‘언니야 놀자’ 2
업주들, 국민 감사를 청구하다
집결지에 문화와 인권을 심다

3부 낙인: 편견에 맞서다
낙인이 간판을 바꾸다
업소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이혼당하고 딸과는 생이별
소소하고 일상적인 질문들
살림의 대장금
“소장님, 포주 같아요”
성매매 경험 당사자 조직 나린아띠를 만들다
나린아띠와 포주가 함께한 여행
언니들의 삶을 대중과 함께하다
막 쓰는 여자들 왈?왈?왈-닥치고 내 말 들어

4부 가치와 열정의 소유자들
‘성매매 여성’과 ‘마담’의 경계
선불금, 편법과 불법 사이
“내가 살아야지, 너도 이렇게 됐으니 나가서 잘 살아라”
‘불가근불가원’의 존재, 경찰
경찰의 ‘중립’에 대처하는 방식
현장을 아는 검사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손님’으로 만난 검사
‘장관의 방문’ 이후 남은 것
성공한 007작전
활동가의 ‘추라이’로 업주 긴급체포하다
살림의 명물, 담배 다발
나에게 간이침대를 달라
치열한 사례회의 그리고 뒤풀이
하이힐은 필요 없어
언니들의 직업체험 대상이 되다

맺으며
책 속으로

P. 18 이렇게 우리의 이름이 된 ‘survivors’와 ‘살림sallim’은 ‘살린다’와 ‘살림을 산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살린다’는 성매매 여성을 성산업 구조의 고리와 폭력으로부터 구조해 살리고, 성매매 여성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행동하자는 바람을 담은 말이다. 또한 ‘살림을 산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살린다는 의미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없거나 집을 돌보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일상의 생활과 생명의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는 이름이다. 얼마나 근사한가? 우리들이 함께 지혜를 모은 결과물이었다.

P. 54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언니 이 돈으로 생활할 수 있어요?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겠네요” 하면 언니는 “이 돈이 알찐 돈이다. 저 동네에서는 한 달에 몇백만 원 벌어도 내 손에는 안 들어오는데 뭐. 지금 돈이 딱 내 손에 있다. 이 돈이 저 동네에서 번 돈보다 훨씬 값어치 있다. 굶어 죽지 않고 살 수 있으니 걱정 마라” 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언니들 중 한 명은 자활지원센터(이하 자활에서 3년 일하면서 업소에서 빌린 돈 이천만 원을 다 갚았다. 정말 대단한 언니였다.

P. 113 업소 일을 한 번에 그만두는 경우는 드물다. 언니들은 대부분 사회경험도 거의 없고, 아는 사람도 업소 관계자가 대부분이고, 학력도 변변치 않다. 업소를 나와도 머무를 데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업소에 들어갔다 나갔다를 몇 년 동안 수차례 반복한다. 활동가들이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업소에 돌아간다고 하면 “그러세요, 우리가 그립거나 생각나면 오세요” 했고, 가끔씩 생각나면 찾아왔다. 업소에 머무는 것과 탈업소 사이에서 고뇌하고 망설이며, 몇 번 혹은 몇십 번, 몇 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래도 업소에서 나오면 여기 올 데라도 있다. 우리가 달리 갈 데가 어디 있겠노” 하는 언니들의 모습이 선하다. 업소에 있든 업소에서 나왔든 우리를 믿는 언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