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는 일의 설렘과 긴장
어떤 일을 처음 할 때는 설레는 동시에 긴장됩니다. 심부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처음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충분히 설레는 일입니다. 동시에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고 긴장되는 일이기도 하지요.
《나의 첫 심부름》은 처음으로 심부름 가는 아이의 상황을 앞표지부터 앞면지, 속지로 연결해서 드러냅니다. 앞표지의 아이는 ‘반드시 심부름을 잘 해내고 말겠다’는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때 아이를 둘러싼 주변 풍경은 대단한 모험이라도 떠나는 것 같은 아이의 심경을 대변하며, 아이의 몸과 마음은 긴장으로 굳어져 있습니다. 그러다 뜻밖의 길동무를 만난 아이는 서서히 긴장이 풀어지고, 목적지인 할머니 집 앞에서는 접시를 바닥에 내려놓을 정도로 집중력이 흐트러집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프롤로그’ 격으로 제시되는 이 장면들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복선입니다. 마침내 할머니 집에 도착한 아이는 그만, 할머니가 아끼는 그릇을 깨뜨리고 마니까요.
개미만큼 작아진 마음, 감정의 시각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누구나 깜짝 놀라고 마음이 작아집니다. 작가 홍우리는 이런 상황을 “마음이 개미만큼 작아졌다”라는 텍스트와 함께, 아이의 몸이 개미처럼 작아지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때부터 주인공 아이의 캐릭터는 현실의 아이가 아닌 아이의 내면을 대변합니다.
“개미만큼 작아진” 아이는 뭉게뭉게 걱정 구름에 쫓기고(두려움, 걱정, 나팔꽃의 호통에 자기 잘못을 아니라고 발뺌하고(부인, 맨드라미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가(분노, 장미 덩굴에서 마음의 길을 잃습니다.(타협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지만(우울, 이것은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뒤 아이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고(직면, 자기 잘못을 수용하는 힘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실수로 일을 망친 후에는 감정이 하나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는데,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