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논쟁에 뛰어든 마르크스주의자
해체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를 비롯한 유럽 이론들과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담론들, 그리고 레이건 정권 이후 보수파의 거센 반격이 1960년대의 진보적 성취를 무시하며 미국 학계를 식민화하고 자본주의의 궁극적 승리와 계급 정치 및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선언하던 1980년대 초중반, 포스트모더니즘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떠한 예술을 포스트모던 예술이라 부를 것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계승인가 급진적인 단절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을 지지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 그러던 중 제임슨이 1984년 『뉴 래디컬 리뷰』에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이 논쟁에 뛰어들면서 더 강력한 파장을 몰고 왔다. 그때까지 마르크스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을 묶어서 사유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항상 역사화하라!”(제임슨는 역사유물론의 깃발을 앞세운 채, “역사의 도살장”(더글러스 켈러으로 들어간 것이다. 제임슨은 한편으로는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집중포화 대상이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좌파들에게 마르크스주의의 변절자 취급을 당했다. 그 후로도 그는 해석, 역사성, 공간, 유토피아 등을 중심으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심화된 글들을 추가적으로 발표했고, 1991년 오래도록 회자될 이 책으로 묶여 나오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정치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지평의 구축
이 책은 제목 자체가 제임슨이 포스트모더니즘에 접근하는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다른 이론가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을 하나의 예술적 스타일로 간주했다면, 제임슨은 이를 “후기자본주의”라는 특정한 정치적·역사적 환경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 즉 “후기자본주의의 문화 논리”로 바라본다. “후기자본주의”라는 용어는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자본주의를 고전적 자본주의, 독점자본주의, 후기자본주의로 구분했다에게서 빌려온 것으로, 현 단계의 다국적 자본주의가 마르크스의 19세기 분석과 모순되기는커녕 지금까지의 자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