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적 사회 속에서 ‘여성과 순종’
이 책의 순수한 목표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순종이라는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사회적 성별에 따른 위계가 여성의 삶을 조련하는 방식을 밝히는 데 있다.
여기서 즉각적으로, “여성에게 순종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일반적으로 순종에는 두 종류가 있다. 자발적 순종과 더 나아가서 만족감과 쾌락의 원천으로서 순종이다. 전자는 일반적인 의미의 순종으로 사회 속에서 보통 이루어지며,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도 대개 인정된다. 물론 전자의 경우에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본질적·태생적으로 열등하다는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후자는 여성에게만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에게 순종이란 두 개념 모두를 포함한다. 하지만 철학적으로 보면 여성에게 이러한 순종은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여성의 순종이 자신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은 성차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성은 순종이 함축하고 있는 나름의 매력을 진지하게 고려함으로써 타고난 천성에 대해 성차별적 입장을 고수하든, 태어날 때부터 열등하다는 견해를 거부함으로써 순종하는 자신에게 만족해하는 순종적인 여성을 소극적인 피해자 또는 자신의 자유를 소중하게 지키지 못하는 죄인으로 취급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얄궂은 상황에 놓인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성차별적 천성론과 순종에 대한 함구 중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반대한다면?
이 지점에서 여성의 순종 문제에 페미니즘이 개입한다. 페미니즘이란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등을 증진시키기 위해 여성을 보호하려는 이론화 작업이자 정치 강령이다. 페미니즘의 의제는 여러 양상을 포괄하는데, 그중에서 특히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억압과 이 같은 억압에 대한 저항, 적어도 이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먼저 억압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성별에 따른 불평등은 역사를 거듭하면서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해 있는 시스템의 성격을 띠게 되었으며, 그 결과 이러한 불평등은 가부장적 억압 구조의 한 축을 형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