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3월 8일 바로 다음 날(3월 9일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2년,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페미니즘’이 오르내렸다. 한쪽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여성 안전” 공약을 내세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2030 여성의 투표가 가장 큰 변수라고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등, 페미니즘에 따른 효과와 역효과를 여론조사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의 향방으로 점치고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새롭지 않다. 심지어 100년 전,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던 시절의 여성참정권 운동에서도 여성과 남성 간의 정치적 견해에 따른 불안한 동맹과 분열이 있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언어 및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데버라 캐머런 교수는 『페미니즘』에서 페미니즘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페미니즘의 정치적 목적이 다양한 신념이나 관심사와 양립할 수 있을 때만 대중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한다.”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예시를 들고 온다. “미국에는 여성해방이 인종적 정의도 앞당길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참정권 운동의 대의를 지지하던 흑인 여성도 있었다. 반대로, 백인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면 백인 우월주의를 더욱더 공고히 다질 수 있다는 인종차별적 주장을 펼쳐 남부 분리주의자의 환심을 사려던 백인 페미니스트도 있었다.” (11쪽
캐머런은 이러한 역사적 예시를 통해 페미니즘과 정치가 만나는 지점을 단순하게 도식화하고 표백한 방식으로 이해했을 때 다양한 페미니즘이 얽힌 복잡다단한 역사 전체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비판한다. 특히 기존의 분석 모형에 대한 비판으로서, “물결 모델은 각각의 역사적 시기 속 페미니즘을 지나치게 일반화한다는 비판도 듣는다. 물결 모델은 1960년대나 1990년대에 정치적으로 성숙한 모든 여성이 정확히 같은 신념과 걱정거리를 공유하는 양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앞서 참정권 운동에서 살펴봤듯 정치적 차이와 이견은 모든 물결과 모든 세대의 여성 간에 존재했다.”라고 언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