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을 끝없이 나아지게 할까
미래에서 날아온 궁극의 질문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 ‘블린’은 실직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로봇이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담당한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기술로 인해 높은 생산성은 보장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인간이 소외되면서 이 작품 속에서 실직자가 된 사람들은 무위도식의 삶을 살게 된다. 먹고 사는 일은 해결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이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따라서 블린은 노동과 생산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남아도는 시간을 보내는 데 골몰하는 도시다. 사람들은 임상테스트를 받는 대가로 최첨단 VR룸을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받고 가상현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소일한다. 『라플라스의 악마』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기술낙관주의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듯하다.
작품 사이사이에는 시아가 읽는 이야기가 직접 인용되어 있는데, 뉴턴,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시작해서 괴델에 이르는 과학사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과학적 발견이나 이론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자들의 개인적인 삶과 인간적인 약점에 대해 들려준다. 이 위대한 과학자들은 우주 만물의 원리를 단번에 해명할 수 있는 ‘궁극의 원리’를 찾고자 평생을 바쳤지만 그러한 이론이 진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모든 물질의 운동과 위치를 알면 우주의 미래까지도 알 수 있다던 과학자 라플라스의 호언장담은 결국 과학에 대한 맹신을 두고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일컫게 된 것이다. 우주의 시작과 끝, 존재 양상에 대해 모든 걸 설명해주는 이른바 ‘궁극의 원리’를 찾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주인공 시아의 사색과 맞물리면서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이치에 대해 사고해보도록 이끈다.
『라플라스의 악마』는 실직자 도시에서 벌어진 ‘철조망 절단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과학에 대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