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과학자 세계의 실패와 좌절을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그려내다!
또한 저자 왓슨이 크릭이나 폴링, 윌킨스 등 다른 과학자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그가 글을 잘 쓴다는 사실이다. 외국의 과학자들 중에는 글을 잘 쓰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글을 잘 쓰는 과학자가 성공하는 비율이 높다. 많은 물리학자들 중 우리가 특별히 아인슈타인과 파인만을 기억하는 까닭이 오로지 그들의 연구 업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건너온 약간 껄렁껄렁해 보이는 이 젊은 학자보다 누가 봐도 화학구조 등에 훨씬 더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던 크릭이 직접적인 연구는 더 많이 했다. 그런데도 왓슨이 왜 더 각광받느냐에 대한 오랜 논쟁 끝에 내린 결론은 약간 뜻밖이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왓슨이 쓴 『이중나선』이라는 작은 책의 힘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중나선』은 과학자 왓슨과 인간 왓슨을 고르게 조명한다. 너무 발가벗는 것은 아닐까 하여 오히려 읽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거침없는 솔직함은 결코 과학자 왓슨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인간 왓슨의 멋스러움이 살아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신기한 것은 인간 왓슨이 살아남에 따라 과학자 왓슨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는 사실이다. 과학도 사람이 하는 일인 것이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진 지 어언 반세기가 흘렀다. 이제 DNA는 우리 삶의 일상용어가 되었고 유전자과학은 우리의 몸은 물론 정신도 속속들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사뭇 과격한 정책과 발언을 일삼다 결국 사임하게 된 로렌스 서머즈 하버드 대학 총장은 모든 학문이 다 유전자를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유전자에 대해 알지 못한 채 21세기를 살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흥미진진한 유전자의 세계로 뛰어들고 싶다면 모름지기 이 책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