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슬픔에 지는 법
001 Mundane and Ambiguous _ Wong Kai Wai
012 Winds Touch the Waves _ Li Hui
032 Plucked _ Geir Moseid
044 Nobody Important, No One Else _ Kate Smuraga
058 Soft Thorn _ Bowei Yang
070 Crystal Love Starlight _ Mayumi Hosokura
084 Recover _ Olga Kuzmenkova
098 슬픔이 가르쳐준 것 _ 백수린
104 슬픔은 두둥실 _ 양다솔
110 기대와는 다른 많은 것들 _ 김보라
116 Crying Pics _ 황예지122 나의 피에타 순례 _ 김영민
130 Sintomi _ Giorgia Ortalli
144 Unremarkable _ Heather Rattray
158 What Lies Beneath _ Yiannis Trifonopoulos
170 Insomnia _ Annabel Oosteweeghel
186 The Secret Place with Nowhere to Hide _ Jiatong Lu
200 The Day You Were Born, I Wasn’t Born Yet _ Kai Yokoyama
218 [영화의 장소들] 절멸의 스튜디오 _ 유운성
224 [에디터스 레터] 지속 가능성과 시도 가능성 _ 박지수
곁에 두고 바라보며 쓰고 찍은 슬픔의 형체
나는 왜 슬플까, 이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묻게 되는 건, 살아가면서 슬픔이 언제나 끈질기게 다시 찾아오고, 그때마다 매번 견디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슬픔’의 이유와 근원을 따지는 건, 무엇보다 ‘기쁨’을 생의 전제로 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과 행운을 비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쁨보다는 슬픔에 먼저 시비를 걸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따져보거나 화를 낸다고 해도 슬픔이 사라지거나 슬픔이 납득되는 법은 없습니다. 그제야 언제나 주위에 감돌고 있는 슬픔의 존재를 깨닫게 됩니다. 때로 어떤 이들은 그 슬픔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슬픔을 곁에 두고 천천히 바라보면서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첫 번째 이미지 섹션에서는 가이르 무세이드, 카테 스무라가, 보웨이 양, 호소쿠라 마유미, 올가 쿠즈멘코바, 다섯 명 사진가들의 작업 속에서 슬픔을 견디는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초상과 풍경이 교차되는 이들의 작업을 바라보면 저마다의 이유로 슬픔에 체념하는 눈빛과 몸짓들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 짙게 배인 한숨의 흔적들을 숨은 그림처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텍스트 섹션에서는 ‘슬픔에 지는 법’이라는 키워드로 쓴 섬세하고 내밀한 에세이가 펼쳐집니다. 소설가 백수린과 수필가 양다솔, 영화감독 김보라와 사진가 황예지, 사상사 연구자 김영민까지 다섯 명의 필자에게 언제나 슬픔으로 먼저 다가오는 어떤 인물, 어떤 장면, 어떤 작품에 관해서 이야기를 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겪은 사건이나 오랜 간직한 기억 속에서, 또 예술 작품에서 마주한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두 번째 이미지 섹션에는 조르자 오르탈리, 헤더 라트레이, 야니스 트리포노폴로스, 아나벌 오스테베이헐, 자퉁 루, 요코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