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한국학 연구에서 연보는 썩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성과물이다. 대부분 연구서 뒤에 ‘부록’ 형태로 실려 있다. 하지만 연구자의 입장에서 연보 작성만큼 까다로운 작업도 없다. 빈 구석 하나 없이 사실로만 직조된 글이기에 한 줄도 섣불리 쓸 수 없다. 더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의 연보를 작성하려면, 그가 남긴 문집을 비롯한 주변 문인의 문집 및 각종 사료를 모조리 조사하고 번역해야 한다. 추측만으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것이 연보다. 들인 공에 비해 대접이 박하니, 한국학에서 연보학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연보학’이라는 분야가 자리잡은 것과는 퍽 대조적이다. 한 인물에 대한 충실한 연보는 문학 연구, 역사 연구, 사상사 연구의 초석이 된다. 집으로 치면 기초공사에 해당한다. 기초공사가 부실하면 사상누각이다. 힘들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작업이다.
※한·중·일 세 나라의 연보학 발전에 대해서는 <서설-연보란 무엇인가: 연보학의 정초(定礎> 참조
_ 한 사람의 사적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것을 ‘연보’라고 부를 때, 이 경우 ‘사적’(事蹟은 그 인물의 외부로 드러난 행위가 주가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보는 스토리가 되지 못하고 팩트의 나열로 이루어진다. 이 책의 차별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일반 연보와 달리 인물의 외적 행위는 물론 그 ‘실존’과 ‘내면 풍경’까지도 기술하고자 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그 인물이 느꼈을 감정선을 그의 시문(詩文, 혹은 그가 보낸 편지글을 통해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식의 접근은 한·중·일 세 나라에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단순히 이인상에 대한 보조적 연구에 그치지 않으며, 그 자체로서 하나의 독자적이며 독특한 ‘인간학’적 보고(報告이며, 지적 건축물이다.
보주(譜主: 연보의 대상 인물에는 문학가도 있고 역사가도 있고 사상가도 있고 예술가도 있고 학자도 있고 정치가도 있다. 보주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적어도 전근대 인물이 보주가 되는 경우 그는 시문도 창작하고 사상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