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현실적 삶에서 체험하게 되는 객관적 진실들을 포착하여, 이를 시적 상상력에 의해 작품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독자에게 전달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시적 진실로 창조한다. 그러므로 작품에는 자신이 속한 사회가 앓고 있는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정직하고도 치열한 비판정신과, 구성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삶의 가치를 인식시켜 바람직한 세상으로 이끄는 지성과 감성이 내포되게 마련인 것이다. 독자들은 그러한 시적 진실에 공감함으로써 고통스러운 정서의 카타르시스나, 인간과 삶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미적 만족의 상태에 도달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따라서 문학비평이나 연구는 독자들이 미적 만족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학 연구 논문이나 문학 비평문의 상당수가 오히려 작품을 추상적인 용어나 설익은 이론으로 치장된 난해의 장막 속으로 끌고 들어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데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문학 연구자나 비평가들은 이점을 유념하여, 자신의 논리나 평가 결과를 독자에게 강요하거나 이론의 함정에 빠져 정작 작품 감상에는 방해가 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본서에 실린 다양한 논문에는 필자의 이러한 인식이 관류하고 있다. 즉, 주제가 무엇이든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 속에 내장되어 있는 시적 진실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어, 문학 작품에 대한 감동을 미적 체험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 읽기가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체험임을 터득하게 하려는 것이다.
제1장에서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25편의 시 작품을 선정하여 각각의 작품에 내포된 시적 진실을 파악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미적 체험을 유발하는지를 고찰했다.
제2장에서는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적 시련기에 이 땅의 시인들이 시대의 진실을 증언하기 위해 한계상황 속에서 어떻게 고통을 받고 절망하며 대응했는지, 그 구체적 모습을 성찰해 봄으로써 동시대의 역사적 진실을 규명해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