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 - 아트스페이스 3
저자 아트스페이스3
출판사 헥사곤
출판일 2019-12-01
정가 18,000원
ISBN 9791189688240
수량
그림이 가시적인 대상을 지시하지 않을 때 관람자인 나는 무엇을 보는가? 이러한 그림들 앞에서 ‘좋다’라고 느꼈을 때 나 역시 대부분 내가 본 것에 대한 감흥의 원천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명확한 정보를 전하지 않는 이러한 그림들 앞에서, 관람자로서의 내가 느끼는 시각적 쾌감이나 감각적인 충만함, 혹은 보다 심원한 곳을 건드리는 정신적 자극의 갈래들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한지도 모르겠다.

초기 추상미술의 많은 작가들은 대상을 떠나는 그림들을 그리면서, 자신의 작품들을 ‘새로운 리얼리즘’으로 천명했다. 비재현적인 추상미술이 현실을 떠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인’ 작업을 지향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실상 이처럼 대상을 떠난 추상적인 그림들은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운동감이나 소리를 연상시키는 리듬감처럼 대상에 대한 공감각적 경험을 수용하며 유클리드 기하학의 좌표 안에 대상의 물리적 윤곽을 포획하는 방식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행했던 추상미술 역시 신체적 감각이 체현된 붓질을 통해 대상 그 자체보다 더 본질적인 삶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자 했다. 결국 작가가 자신에게 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그림의 형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은주 (독립기획자, 미술사가